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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욕망·모성과 性의 기묘한 결합

‘숙희’ 10일 개봉

 

JIFF 최고의 화제작

권위적인 금욕주의자 교수

육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빨간머리의 간병인 숙희

상반된 두 캐릭터의 충돌

정신과 육체에 대한

심오한 질문 던져



파격적인 소재와 강렬한 연출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큰 화제를 모은 영화. 대학생 자녀를 둔 51세의 주부, 양지은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라는 점도 영화가 가지는 독특함이다.

영화는 지난 5월 개최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출품된 11편의 한국영화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이성과 욕망, 정신과 육체라는 근본적인 주제에 대한 대비를 모성과 섹슈얼리티를 통해 강렬하게 구사하는 동시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순수한 영화적 재미까지 선사하는 ‘숙희’는 근래 보기 드문 다분히 새롭고 파격적인 한국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영화는 권위적인 금욕주의자인 윤 교수가 간병인 숙희에 의해 통제 당하고 농락 당하며 점차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한때 신부가 되려 했던, 금욕적 완벽주의자 윤 교수(조한철)는 어느 날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쓰러진다.

몸을 가눌 수 없게 된 그를 간병하는데 지친 아내는 돌보는 환자마다 완치시킨다는 간병인 숙희(채민서)를 고용한다. 모든 환자를 자기 아이처럼 돌보며 치료한다는 숙희는 빨간 머리에 형형색색으로 손톱을 치장한 유별난 모습.

홀로 남은 교수에게 숙희는 특별한 간병을 시작하고 윤 교수는 순수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숙희의 묘한 매력에 빠지며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감독은 모성과 성(性)이 이채롭게 결합한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다소 심오한 주제와 대비되는 재미있는 유머와 함께 독특한 캐릭터들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가톨릭 신부가 되려다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게 된 윤 교수는 결혼은 했지만 아내와 육체적인 관계는 맺지 않고 살아가는 금욕주의자다.

어느 날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전신이 마비된 그는 정신과 이성을 우위에 두었던 자신이 그렇게 터부시했던 육체가 마비되고 나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혼돈에 빠진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간병인 숙희가 나타난다. 숙희는 네일숍에서 일하며 이따금씩 몸이 아픈 환자들을 돌보는 간병인이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상으로 손톱을 칠하고 외모를 치장하는 숙희에게 육체는 그녀 자체이고, 육체를 쓰지 못하는 환자들은 마치 갓 태어난 아기처럼 그녀가 돌보아야 존재다.

‘숙희’ 캐릭터는 기존의 한국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강렬하고 독특한 여성 캐릭터다. 맑고 순수하지만 어느 순간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 서슴없다.

간병을 통해 환자들에게 엄마처럼 행동하며 군림하는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서는 남편에게 꼼짝없이 순종하며, 한편으로 자신의 외모를 화려하게 치장하는데 관심이 많은 소녀처럼 보이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오직 정신과 이성을 삶의 가치로 둔 윤 교수가 몸을 가눌 수 없게 된 후, 육체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간병인 숙희에게 모든 것을 통제 당할 때 관객들은 두 캐릭터의 강렬한 충돌을 경험한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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