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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갈현동 470-1 골목

 

갈현동 470-1 골목

                              /이승희

어둠을 이해하는 건 불빛이다.

그래서 밤새 빛으로 남을 수 있는 거다.

저녁 불빛을 보면 안다. 어떤 사랑도

저보다 아름다운 스밈일 수는 없다.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밝아지는 이유를.

불빛이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걸 굳이 화해라고, 용서라고

표현할 일이 아니다. 빛 속에서

어둠이 만져지거나, 어둠 속에서

빛이 만져지는 건 다 그런 이유이다.

늙은 불빛 한 점 물처럼 오랜 물길을

흘러 집의 지붕을 적시고 사람의 집은

이제 물방울 같은 불빛 하나하나로

도랑을 이루며 흘러간다.

서둘러 불을 켜는 사람을 보면

눈물 나게 고맙다.

- 이승희,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문학동네 2012

 



 

늦은 귀가를 반겨주는 불빛이 한없이 아늑하다.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 고단한 육교계단을 힘겹게 건너며 허기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면 가끔씩 환하게 꽉 찬 빛을 보내주는 달빛도 따뜻하다. 그렇다. 어둠을 이해하는 건 빛이다. 그러니 밤새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 곁에서 스며드는 것이 사랑이리라. 그러면서 서로 더 밝아지는 지점에 이를 수 있는 것이겠지. 아파트 입구에서 반기는 풀벌레 노래 소리는 또 얼마나 눈물겹던지 집의 불빛보다 먼저 발 아래로 쪼르르 달려 나와 어서 오라고, 하루 종일 애 많이 썼다고 고운 노래 소리로 맞이하는 귀가는 아늑하다. 따뜻하다. 반가운 환영곡 뒤로 아파트 칸칸이 들어 차 있는 불빛은 또 얼마나 마음을 놓이게 하던지. 그렇게 불빛은 사람들 사이로 도랑을 이루며 흘러간다. 오늘도./이명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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