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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양말을 버리는 즐거움

 

양말을 버리는 즐거움

                                                 /조병완

룰루랄라 즐거이

양말을 버린다



걸어다닌 만큼 닳아진 양말

몸의 무게가 실린 만큼 얇아진 두께

뒤꿈치를 비치게 하고

발가락이 나올 구멍을

순순히 허락한다



세상과 만나면서 얇아지고

세상과 부대끼며 탄력이 빠진

양말은 낙관적이다



해진 양말을 쓰레기통에 던지면

훅 번지는 쾌감

양말은 나를 배반하지 않으므로

즐거이 양말을 버린다

 


 

그러나 우리 할머니 세대에는 모든 물자들이 부족해 양말 한 짝 버리는 것도 손을 벌벌 떨었을 것이다. 보릿고개라는 배곪음을 연중행사처럼 치르고 가을이 되면 거둬들인 곡식으로 그나마 허기를 면할 수 있는 손바닥 만한 농토가 전부인 그들의 삶…. 우리 할머니가 흐린 전등불 밑에서 필라멘트 끊어진 버릴 전구 끼워 양말을 깁던 풍경이 그려진다. 지금은 물자가 풍부하다. 아니 풍부한 것이 지나쳐 멀쩡한 것들도 그냥 내다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할머니세대부터 어머니세대를 거쳐 오는 동안 우리네 삶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풍족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시인은 우리 부모들의 절약 습관이 남아있는 듯 구멍이 나 발가락이 나올 때까지, ‘얇아지고 탄력이 빠’질 때까지 양말을 신는다. 그럴 경우 버릴 때 약간의 죄책감 없이도 유감없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양말은 낙관적이’고 시인은 쾌감까지 느낀다. 나도 덩달아 룰루랄라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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