絶命詩절명시(제4수)
/매천 황현
鳥獸哀鳴海岳嚬(조수애명해악빈)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槿花世界已沈淪(근화세계이침륜)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역사 생각하니
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참으로 어렵구나
- 매천황현시선 〈평민사〉 염무웅평론집 〈민중시대의 문학/창작과 비평1979〉 등 참고
조선이 오백년을 이어왔으나 나라가 망해도 위로부터 아래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통탄하며 음독자살한 분이다. 나라가 어지럽고 우울하니 옛 책들을 뒤적이게 된다. 이런 글은 되도록 읽지 않는 시대가 와야 하겠다 싶어 깊이 넣어 두었던 책들이 다시 밖으로 나와 얼굴을 내민다. 글 아는 사람 노릇이 참으로 힘들다. 꽃 같은 아이들이 무더기로 갔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된 것인지 도무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만 보인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매천선생께 울면서 묻고 싶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