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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들의 희생양이 돼버린 여자의 운명은?

 

개발지상주의에 따른 공동체의 파괴와 생태계 파괴의 현실을 드러낸 문제작 ‘월운리 사람들’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주목을 받았던 소설가 이상실의 신작 장편소설.

2005년 계간 ‘문학과 의식’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 작가는 현재 인천작가회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신작 ‘미행의 그늘’은 현실세계와 사이버 세계를 넘나드는 스토커들의 집요한 추적과 스토킹에 시달리는 한 여인이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와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기 위한 공간을 끝없이 방황하는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소설에는 자기모순에 빠져 몽상과 공상 속에서 불안감과 초조감에 어린 몽롱한 시선으로 관음을 일삼고 비틀거리면서도 여인에게 집요하게 다가가는 ‘주민규’와 사이버 공간에서 여인을 유인하고 조롱하면서 저열하고 간교한 수작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경태’, 그리고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려고 은둔의 삶을 모색한 ‘가희’와 이 인물들을 추적하며 사건을 풀어가는 인물 ‘유라’가 등장한다.

스토커에 대한 강의를 마치고 나온 유라를 따라온 청년 주민규는 유라에게 비밀스런 제안을 하고, 유라는 그에게서 건네 받은 세권의 비밀노트 속에 기록된 여인 ‘가희’의 행적을 쫒는다.

스토킹에 휘말려 포식자들을 피해 도망 다녀야 하는 희생물이 돼버린 여인 ‘가희’의 삶과 스토커인 두 남자의 삶에 깊이 빠져든 유라는 가희를 찾아 그녀의 흔적이 배어있는 공간을 탐문하고, 곡절 끝에 호숫가에 위치한 펜션에서 그녀와 대면한다.

도시에서 바닷가로 그리고 호숫가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구성과 집요하고 잔악한 행동을 보이는 스토커들의 세밀한 심리 묘사, 스릴러물과 같은 긴박한 전개는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또 명쾌한 문장과 문장을 통한 심리의 완급 조절은 작품을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할 만큼 능숙한 작가의 필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와함께 상징적 의미가 내포된 낙서는 다음 장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독자의 시선을 붙든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허상에 불과한 형상들과 사이버테러와 관음, 공포가 난무한 도시문명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이 나아갈 삶의 통로는 없는 것일까. 시름을 달래줄 대상이나 삶의 안식처는 없는 걸까. 결국 인간의 길은 삶과 죽음을 고뇌하는 공간에 지나지 않은 것인지” 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날이 갈수록 깊이와 진지함, 사색이 사라진 검색의 시대에서 길 없는 길과 아득한 길 위에서 인간이 나아갈 길을 독자와 함께 모색하려 한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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