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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으로 그려낸 남북분단의 현실

 

영화보다 원작 충실하게 살려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점 비교

공연 보는 또다른 재미 선사

더 뮤지컬 어워드 창작뮤지컬

14개 부문 ‘노미네이트’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15발의 총탄이 박힌 북한군 정우진 용사의 시신이 밀려들어온다.

사건 조사를 위해 파견된 중립국 수사관 베르사미 소령이 난사당한 시신의 상태에 대해 묻자 군의관이 답한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은 증오가 아닙니다. 공포입니다.”

증오의 감정은 없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총성으로 되살아난 무의식 속 공포가 형제가 된 남자들을 한 순간에 비극 속으로 던져버렸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가 지난 25일과 26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경기지역 첫 무대를 가졌다.

앞서 서울과 제주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더 뮤지컬어워드 창작뮤지컬에서 14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이미 동명의 영화를 통해 원작 스토리의 탄탄함과 시대적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원작 소설인 박상연 작가의 ‘DMZ’(1997)을 뮤지컬화하는 과정에서 공연은 영화보다 원작을 충실히 살려내는 한편, 인물과 공간을 간소해 사건의 내용과 극의 긴장을 보다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다.

공연은 북한군 초소에서의 사건발생 직후 중립국 수사관으로 파견된 베르사미 소령과 남북한 군인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북한의 오경필 상등병과 남한의 김수혁 상병의 진술서가 낭독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영화와 비교할 때 뮤지컬의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배우 이영애가 맡았던 중립국 조사관 지그 베르사미 소령역이 남자배우에 의해 연기된다는 점이다. 원작을 따르는 이 같은 설정으로 뮤지컬은 영화에서 다소 축소돼 전해졌던 베르사미 소령의 이야기가 무게감 있게 다룬다.

총 2막 중 1막에서 간헐적으로 드러나던 베르사미 소령의 아버지에 대한 증오는 2막에서 거제도 포로수용소 장면으로 구체화 된다.

6·25당시 인민군 포로로 휴전 후 제3국으로 망명한 한국인 아버지와 스위스 어머니 밑에서 자란 베르사미 소령은 아버지의 원인모를 폭력성에 노출되며 아버지와 아버지의 조국에 대해 반감을 갖는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하던 중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일기장을 유품으로 전해 받게 된 그는 아버지의 비극을 알게되면서 증오를 해소한다.
 

 

 

 


이외 영화와의 차이점을 찾는 것은 공연에 몰입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다.

또 몇 가지 차이점을 제외하고 영화와 유사한 극의 전개는 동일한 컨텐츠가 영화와 뮤지컬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에서 어떻게 표현되는가를 비교하면서 뮤지컬만의 매력을 짚어 보게 한다.

소극장에서 초연 후 중극장용으로 확대되며 한층 풍성해진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중대형 극장인 수원SK아트리움과는 좋은 궁합을 보여줬다.

배우들의 동선과 간격에 무대가 알맞게 활용되면서 절도와 긴장이 느껴지는 뮤지컬 넘버에 맞춘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꽉 차게 들어왔다.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의 배치는 구성의 완성도를 뒷받침한다. 전개 과정에서 위화감의 원인이 해소되며 유연하게 반전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총 3회 공연 중 1회 출연에 그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출연진들이 그대로 무대에 오르며 초연 이후의 호평을 잇는 모습은 작품에 대한 애정도 느끼게 한다. 이 같은 열의에 힘입어 이날 공연은 커튼콜에서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1997년에 쓰여진 소설의 내용이 현재에도 깊이있게 다가오는 것과 동시에 당시와 전해 받는 감정이 동일한 것은 씁쓸하다. 17년이 지나는 동안 변하지 않은 남북의 상황이 환기된다.

마지막 공연인 26일 오후 7시 공연에는 수원문화재단이 객석나눔을 통해 초청한 북한이탈주민 2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공연을 관람한 한혜령(가명·함경북도 청진)씨는 “영화도 본적이 있다. 북한병사에 대한 묘사는 다소 유치한 느낌이지만, 뮤지컬로 보니 더 생동감 있게 다가와서 좋았다”며 “한민족이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의 이야기는 최근 탈북과정에서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의 위기에 처한 이들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탈북 당시를 회상하며 한 씨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년에도 또 그 후년으로 공연이 이어졌을 때, 오늘과 다른 감동을 느끼게 되길 바라게 하는 것은 오늘의 시선으로 남북분단의 상황을 깊이 있게 그려낸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만의 독특한 소감이다.

공연은 8월 8일과 9일에는 고양으로 자리를 옮겨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 오른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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