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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고

경기도문화의전당 법인화 10주년
주역 10인 릴레이 인터뷰
백 기 범 조명감독

 

대학시절 연극 동아리서 조명 인연
IMF로 유학 접어… 어느새 입사 10년
연 평균 140회 공연 ‘빛과 어둠 담당’

조명, 공연 완성도에 가장 많이 기여
작품 이해·상상력 표현 무대 좌지우지

 

인프라 부족한 오지 ‘찾아가는 공연’
전기 나가 어둠 속 연기·공연중단도
교민 찬사 쏟아지는 해외공연도 보람

재단 출범 후 질 높은 공연·재능 기부
도민 문화진흥 공헌 가장 큰 변화

조명감독을 神이라 칭해 표현만큼 어려운 역할 기술보다 무대사랑이 중요 강한 정신력·체력은 필수



“저뿐 아니라 전당의 모든 식구들이 한마음으로 만들어 온 지난 10년에서 제가 전당을 빛낸 인물이라고 하는 건 과찬의 말씀입니다. 아직 부족한게 많죠.”

첫 만남에도 어색함이 끼어들 틈이 없을 만큼 밝은 얼굴로 그가 소감을 전했다.

조명에 대해 물을 때면 자못 진지하다가도 다시 일상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어린아이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양한 표정에 더한 다양한 제스처에선 마치 무대 위에 선 배우처럼 풍부한 표현력이 엿보였다.

연 평균 140여회에 달하는 공연에서 빛과 어둠을 담당하고 있는 무대기술팀 백기범(44) 조명감독을 도문화의전당 10년을 빛낸 10인의 7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조명감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대학교 입학 후 내성적인 성격을 개조하기 위해 연극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주로 스태프로 활동했는데 조명에 매력을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공부도 하면서 주변에서 칭찬도 많이 듣게 되니 더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군 전역 후 대학 4학년 때는 잠시 동아리에서 연출을 맡기도 했어요. 당시 연출했던 ‘그늘진 구석으로부터의 속삭임’이 동아리 창립 20년만에 전국SKY연극제에서 동상을 수상하면서 연출에 관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에 미국 유학도 계획했어요. 그런데 당시가 딱 97년, 98년 그때였어요.

나라사정이 힘들어지면서 집안도 힘들어져서 유학을 보류하고 시작한 것이 조명프리랜서였는데 그게 지금 이자리까지 와 있네요.

 



조명감독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자세가 있다면.

우스운 얘기로 조명감독은 신이라고 부릅니다.

밝혀달라고 하면 빛을 주고, 어둡게 해달라고 하면 빛을 가져가버리니까요. 신이라는 표현에 맞는 역할을 하려면 당연히 어렵죠.

조명감독이 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게 무대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조명감독이란 뛰어난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대를 사랑하는 마음을 근원으로 바른 정신과 바른 생각을 해야합니다.

조명감독을 꿈꾸는 후배들도 기술을 배우기 전에 먼저 무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랍니다.

또 작업에 들어가게 되면 퇴근시간이 많이 늦어지게 되니까 강한 정신력과 체력은 필수라고 해야겠죠.

실제 공연장에서 조명을 맞춰 보는 시간은 4~5일입니다. 짧은 시간에 완벽한 세팅을 하기 위해서는 때론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해야합니다.



조명디자인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대 공연예술에 있어 가장 중요시 되는 무대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조명입니다. 그렇기에 조명디자인이 공연의 완성도에 가장 많이 기여한다고 말들 합니다.

제 생각에 조명디자인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의 머리 속에서 펼쳐지는 상상력을 어떻게 잘 표현하는가입니다. 이 점이 작품의 완성도를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단이 하나의 정기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선 최소 3~6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이중 조명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고작 20여일 밖에 안되거든요.

그래서 그 짧은 시간에 작품 분석을 완벽하게하고 디자인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예술단이 몇 달을 고생해서 준비한 작품이 저의 미흡함으로 인해 물거품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간 정말 많은 공연을 진행했을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연 평균 140회 가량 조명감독과 조명 디자인을 했으니 어림잡아 1천400회 정도 되겠네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라면 2006년 도립무용단 작품인 ‘달은 지고 꽃은 말이 없는데’ 입니다.

처음으로 조명디자인을 맡은 작품이예요. 그 전까지 쌓아 온 조명 디자인 노하우와 노력들이 그 작품에 완전히 녹아들어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았고, 조명감독으로서의 위상 또한 단숨에 높아진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찾아가는 공연에도 많이 참여했을 텐데 어려웠던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문화나눔공연은 말 그대로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도민에게 문화를 나눠드리는 작업이죠. 그렇다보니 주로 오지를 찾게 되는데, 공연 인프라가 매우 부족합니다.

특히 조명 담당자로서 어려운 점은 전기시설이 부족한 것입니다.

공연 중에 전기가 나가 잠깐동안 배우들이 어둠 속에서 대사를 해야했던 경우도 있고, 때로 공연이 아예 중단됐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집에서 쓰는 전기는 보통 6~10㎾ 정도인데, 조명기기는 한 대당 1㎾정도의 전력을 소비합니다.

오지는 전력 사정이 좋지 않으니 6대 정도를 사용하게 되는데, 그나마도 과부하로 차단기가 내려가는 일이 생기면, 조명기기를 한 때씩 줄여가며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적정 대수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조명을 구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공연이 진행되면서 관객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순간 힘들다는 생각은 저절로 사라집니다.

 



입사 10년동안 보람을 느낀 순간.

오지 공연에서도 보람을 느끼지만 무용단과 해외 공연을 나갈때도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현지에 계신 교민들께서 무용단의 공연에 감탄사를 연신 보내고 공연 후에 나가시면서 저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시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실때면 저 또한 눈시울이 불거져요. 현지 교민들께서는 오래 객지 생활을 하시다 보니 한복 입은 모습만 봐도 감동을 하시는데, 한국 전통 무용공연과 공연을 마친 단원들의 따뜻한 인사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2007년 쯤에 갔던 이탈리아 공연이 특히 기억이 납니다. 객석에 콘솔을 설치해 공연을 한 덕에 관객분들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향수를 듬뿍 안고 돌아가시는 모습에 감동이 대단했어요.

또 저희 아이들을 보면서도 보람을 느낍니다.

세 남매 중 맡이인 11살난 쌍둥이들은 제가 전당에 입사한 해에 태어났어요.

무대에서 일하다 보니까 아이들도 자주 공연을 보게 되는데 초등학교 1학년 쯤 되니까 아이들이 가족 기념일에 자기들끼리 공연을 만들어서 보여주더라고요. 요즘에는 공연포스터에 팜플렛, 공연초대권에 설문지까지 준비하는데 한편으로 신기하고 한편으로 대견합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문화활동을 즐기면서 자랄 수 있었다는 건 제가 도문화의전당에 근무하면서 얻은 좋은 점이라 생각합니다.



그간의 10년을 돌아보면 전당의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전당이 재단으로 출범하면서 경기도민의 문화예술향유기회 확대와 경기도의 문화예술 진흥 공헌이라는 기본 역할에 보다 충실해 졌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예술단체는 단체별로 최고의 기량으로 관객에게 질 높은 공연을 제공했고, 또 직접 찾아가서 도민에게 각자의 재능을 기부했습니다.

전당은 이러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예술단 관리를 철저히 해왔고 또 뛰어난 자체 기획공연으로 재단 출범 전과 후를 명실상부하게 바꿔놓았다고 생각합니다.



‘10년의 감동 100년의 설레임’, 전당의 앞으로의 100년을 바라본다면.

세가지를 생각하는데요. 첫번째로는 흐르는 시냇물처럼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가족애를 중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0년을 같이 한 직원들 간의 가족적인 분위기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어떤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한마음 한뜻으로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집 가훈이 가화만사성입니다. 이 가훈 또한 회사에 접목 시키고 싶습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직원들이 서로 화합해서 지속적으로 내적 역량을 키워간다면 앞으로 100년을 넘어 더 기나긴 시간동안 도를 대표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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