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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황정숙



젊은 시숙을 부평 화장터로 들여보냈던

문밖에서 울어대는 조카 셋을 품에 안았던

그날부터였나

내 몸에 집을 짓고 사는지

때론, 불청객으로 뛰쳐나와 삼 일 밤낮을

양철지붕에 빗방울 떨어지듯

딱따구리 나무 속을 파 내려가듯

달팽이관을 두드리고 찌르는 통증

머리칼을 바늘처럼 세우고 턱관절을 깁는다.

이승을 빠져나가지 못한 영혼의 옷자락 소리

-황정숙 시집 <엄마들이 쑥쑥 자라난다/한국문연>

 

 

 

이명을 해독해낼 수 있다면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를 조금은 알 수 있겠다. 이명은 자신과의 소통을 열망하는 어떤 외부세계의 개입인지 모른다. 인간이 알아듣지 못하는 영혼의 언어인지 모른다. 젊은 시숙을 먼저 보내고 남겨진 조카 셋을 품에 안는 형수의 심정을 생각해보자. 주검을 슬퍼하기도 전에 도착하는 가족으로서의 의무. 그 막막함 앞에서 어찌 슬픔이 순수한 슬픔일 수만 있을까. 어린 자식을 남기고 죽은 자가 떠나지 못하고 옷자락 소리를 내며 무엇을 말하려하는가.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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