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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우거지다

우거지다

                                                               /최광임


가난한 그와 살고 싶은 내가

봄날 물 빠진 버드나무 군락에 방 한 칸 차렸습니다

겨우내 마른 가지 분질러 딱 한 사람만 누워도 좋을 구들을 들이고

벽지 바르지 못한 사방에서 바람이 새어들 듯도 했는데요

이 시대는 웰빙이잖아요 조각보 같은 여러 겹의 하늘과 벽

오랜 세월 달을 지키는 개밥별같이 저만치 혹은 이만치 그와 나

곧 온 몸 물 먹은 버드나무 봄눈이 싹틀 것입니다

나는 조금 전 강물 위 나직이 날으던 재두루미를 생각합니다

강물 속으로 저와 닮은 두루미 한 마리 거느리고 있었는데요

잘 닦인 수면과 그것을 경계로 나는 두루미

함께 산다는 게 별거겠어요 그와 내가 벽 없는 방에 누워

버드나무 뿌리로 뿌리로 물 길어 숲 짙은 그늘을 이루듯

재두루미 제 그림자 거느리고 가는 구름과 바람과 하늘

한데 어우러져 봄 여름 갈 겨울 계절이 되는 것입니다

강가 높은 산이 자꾸 깊어지는 것도

겨우내 견뎌온 제 마른 몸 추스르며 물질하는 것일 텐데요

우리의 구들에서도 쩌렁쩌렁 신록 우거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집 <도요새 요리/북인>

 



 

사랑을 깔고 누우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다. 사랑과 함께 하면 가난이 가난으로 느껴지지 않는 마법에 걸리게 된다. 여성의 섬세함이 이 시의 전반적인 곳에 깔려 있다. 버드나무 군락에 사랑의 보금자리를 틀고 신록의 군불을 활활 지피는 곳이 바로 우리가 찾는 비경이다. 버드나무 군락에서 부르는 노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창이자 절창일 것이다. 그러면서 물에 잠긴 산이 자꾸 높아지는 것은 강이 자꾸 깊어가면서 키운 것일 테지만 버드나무의 신록을 빌려 사랑도 깊어 가는 것이다. 초록으로 활활 타오를 것이다. 각광 받는 시인으로 다시 한 번 시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최광임 시인에게 갈채를 보낸다. 섬세하나 가슴에 큰 울림을 주는 이런 시가 그의 가슴을 발원지로 끊임없이 흘러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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