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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권순자

어떤 이가 앉더라도 다리에 힘주고

때로는 힘에 버거워도

입 앙다물고 버티곤 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 의자 덮개는 낡아 해지고

다 드러난 판자 조각은 비바람에 빛이 바래고 부서져

앙상하고 초라하다



안개 자욱한 들길에

꿈속의 꿈길 같은 길에

흙 묻은 낡은 의자가 편히 쉬고 있다

-권순자 시집, ‘붉은 꽃에 대한 명상’ /문학의 전당



 

 

 

의자는 누군가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운명을 타고 났다. 비명소리 내지 않는다고 의자가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지 말자. 의자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남의 고통에 대해 쉽게 말하지 말자.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대했던 것처럼, 당연히 치루는 몫이라고 가볍게 밀쳐두었던 부채들, 어느 날 문득 그들의 앙상한 어깨를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치밀어오르는 슬픔을 느낄 때,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 고통 속에서 묵묵히 살아내는 사람들의 숨결과 눈빛과 살빛에 대해 한 번쯤은 내 몸처럼 들여다보자. 그들의 영혼에 따뜻한 손길 내밀어보자./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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