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학교가 10년에 걸친 임시이사 체제를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결국 교비 횡령 등 비리 혐의로 퇴출된 옛 재단이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상화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6일 경기대에 따르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에서 지난달 임기가 만료돼 사퇴한 교육부 선임 임시이사 이모씨의 공석을 어떻게 메울지 논의했다.
사분위는 이날 다른 임시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옛 재단 쪽이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학교 발전에 적합한 인사 3명을 사분위에 제시하면 이 가운데 1명을 정이사로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과 2004년 손 전 총장이 교비 등 횡령 혐의로 구속된 뒤 옛 재단 추천 인사 3명·학교 구성원 및 교육부 추천 인사 3명 등 정이사 6명에 임시이사 1명인 경기대 이사회 운영체제가 10년 만에 변화를 맞게 됐다.
교육부가 선임하던 임시이사 1명을 정이사로 바꾸면서 ‘교육부 협의’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그 추천권을 옛 재단에 넘기면서 옛 재단 추천 정이사 4명·학교 구성원 및 교육부 추천 정이사 3명의 ‘4대3’ 구도가 됐다.
이를 우려한 교수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은 사분위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서울캠퍼스 임승헌 총학생회장은 “며칠 전 학교 구성원이 추천한 정이사로만 이사회를 꾸리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정상화라는 입장을 전달했는데도 이런 결정이 나왔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경 교수협의회 회장은 “사분위는 상지대 경우처럼 비리로 쫓겨난 옛 재단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터줬다”며 “학교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어 교수협의회 회의를 거쳐 교육부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손 전 총장이 횡령금을 보전해 학교로 돌아오는데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현 총장의 임기가 2016년까지인 데다 이제 막 정상화 결정이 내려진 상황”이라며 “지금 옛 재단의 복귀를 말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법인 경기학원 설립자 손상교씨의 아들인 손 전 총장은 1998년~2004년 경기대 총장 재직 시절 교비 52억원을 가지급금 형식으로 인출해 제주도 토지를 매입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2007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확정받았다.
/정재훈기자 jj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