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7 (수)

  • 흐림동두천 25.2℃
  • 흐림강릉 29.9℃
  • 서울 27.1℃
  • 흐림대전 29.3℃
  • 구름많음대구 30.1℃
  • 구름많음울산 28.7℃
  • 흐림광주 29.6℃
  • 구름많음부산 28.2℃
  • 구름많음고창 30.3℃
  • 구름많음제주 34.5℃
  • 흐림강화 24.8℃
  • 흐림보은 28.7℃
  • 흐림금산 28.5℃
  • 흐림강진군 30.2℃
  • 흐림경주시 30.0℃
  • 구름많음거제 27.4℃
기상청 제공

[아침시 산책]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 1-유예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 1-유예

                                                        /박현수

좀처럼 오지 않던

154번 버스 같은 우리의 이별은

한 번은

무너지는 탑처럼 어깨를 치리라

그 해 겨울,

유예를 계산하던

나의 관습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고

그녀는

나의 손금에서 불안을 읽어내고 있었다

도깨비 풀처럼 몸에 붙는

백야의 그 지리한 대화를 우리는

몰래 털어내고 싶어했지

그 때 뿔뿔이 떠난

우리들의 사색이 다다른 곳은 어디였을까



그 해 겨울, 우리 사랑은

길가 도랑에 쓰러진 채

기억의

헛바퀴만 굴리고 있었으니

사랑이 더 이상

생을 감당하지 못 할 때

154번 버스는 떠나가는 것이다

-박현수 시집-위험한 독서에서'



 

 


 

버스는 꿈의 이동수단이다. 그리움이란 승객이 타고 다닌다. 버스는 바퀴를 굴려 계절을 싣고 오기도 한다. 낡은 계절을 싣고 멀어지기도 한다. 154번 버스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난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버스는 일상의 희로애락을 싣고 오가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늦게 도착하고 고장이 나고 하여도 154번의 노선을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 154번 버스를 타고 이별도 오고 이별이 떠나가 주기도 할 것이다. 종말의 사랑을 싣고 떠나기도 할 것이다. 154번 버스는 도피의 입구이자 귀환의 수단이기도 하다. 온갖 인생사로 얼룩진 길로 지금도 154번 막차로 첫차로 푸른 엔진 소리 내며 오가고 있다. 154번 버스로 사랑의 단면 생의 단명을 그려내는 시인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인다. 늘 좋은 시로 우리 곁에 와 있는 그로 인해 우울한 이 시대가 그나마 위로가 된다. /김왕노 시인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