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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西神梅

 

西神梅<서신매>

/허형만

때때로 사람됨이 얼마나 힘겨운지

은은한 향기로 빛살을 이루는

서신매 휜 꽃 한 송이 앞에서도

허물어져 내리는 영혼을 본다.



아픔 탓이다 세상은 빛이어야 하고

날아야 하고 용서받지 못한

엉겅퀴 비늘같은 삶이 있을지래도

오직 사랑의 노래 순수의

튼튼한 희망은 고와야 하는 것을



하여, 비바람 섯거쳐도

꺽이지 않는 의지의 꽃대로 솟고

슬픔을 거슬러 죽음도

거슬러 빛나는 믿음으로

눈이 부시도록 처억 피어야 하는 것을



때때로 사는 법 하나 간직하기

근심으로 가늘게 떨고 섰는

서신매 강물 닮은 숨결 앞에서도

얼마나 목마른지 가슴 아린지

함께 떨며 위로하는 영혼을 본다





 

 

 

얼마 전 시인과 행사장에서 정담을 가졌다. 대학의 교수직을 은퇴한 시인의 일상은 蘭과 함께 한다. 여유가 있는 사람처럼 난을 손질하고 마주 대하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산다는 회의감이 오고, 갈등과 삶의 억장이 무너지는 심사를 접하고 보면 난처럼 위로가 되는 일도 없다. 간절함은 전혀 사치스럽지 않더라도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외감은 곧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일반적인 감정일 것이다. 난에 대한 많은 애호가들이 있지만 난을 세상과 힘겨운 싸움의 위로를 찾는 이들이 더 많다. 현실적인 아픔을 시인에게 주고 있는 근원은 제대로 읽어 낼 수 없지만 시름을 달래며 서신매 난을 보면서 돌아보는 성찰의 깊이가 묻어나는 그리움을 읽어낸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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