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생각
/송재학
오래 벗어논 신발을 다시 신을 때
너가 벌써 와서 먼저 떠났다는 느낌
머문 시간 동안
좀씀바귀 노란색 기다림이 신발 밑창을 뚫고
한쪽 눈에 진물이 날 때까지 꽃피곤 했다
흔하디흔한 노랑이긴 하지만 저 꽃 아래
무엇과 다를 바 없는 무엇과 비교 못할
숨쉬기가 있다
기다림이기 전에 너가 나 대신 떠난다는 것이다
텅 빈 허공이 생겨서
좀씀바귀마다 꽃피우게 하고
흔들리는 불빛의 手話를 구겨넣고 떠난다는 것이다
점점 작아지지만 더욱 분명해지는 불빛들
-송재학 시집 ‘기억들’/세계사
기다린다는 것은 공기처럼 보이진 않지만 살아 숨쉬게 하는 어떤 것이다. ‘진물이 날 때까지’ 누군가를,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생각은 누구나에게 있다. ‘머문 시간’은 머물렀던 시간만큼의 ‘떠남’을 예감한다. ‘텅 빈 허공’은 늘 기다림으로 무언가를 채우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리고 다시 또 보내고 맞이한다. 어제가 그렇고 오늘이 그렇다. 그래서 흔들린다. /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