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장옥관
돋보기 쓰고 아내를 보니 온 입가에 잔주름이다
주름진 것들은 모두 슬프다
갓 태어난 딸아이 물미역처럼 쪼글쪼글한 얼굴에도, 누운 지
삼 일만에 흰 나비로 빠져나간 어머니의 무명이불에도
지울 수 없는 주름이 잡혀 있었다
힘줄 튀어나오도록 꽈악, 꽉 움켜쥔 젊은 날 주먹의 안쪽에도
분명 주름이 울고 있었을 것이다
주름의 갈피마다 스며들었던
눈물이여, 슬픔이여
꿈이든 사랑이든, 한순간 팽팽히 부풀었다 꺼진 것들에는 필시
주름이 잡혀 있을 터
침대 위 던져놓은 아내의 낡은 브래지어 캡에도
보푸라기 인 주름이 자잘하게 잡혀 있다
-장옥관, 『현대문학』 2013 3월
주름은 시간의 흔적이다. 세상에서 처음 맞보는 기쁨의 흔적도 있다. 가슴이 아파서 오그라들어 그대로 굳어버릴 것 같았던 시간도 있다. 꿈꾸고 꿈을 좇아 혼신을 다했던 소중한 날들의 기록이 들어 찬 것이 주름이 아니던가. 그래서 주름은 세상 어느 것보다 깊은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갓 태어난 아이는 엄마의 몸 속에서 보낸 흔적이 생의 첫 주름이다. 꽃처럼 활짝 펼쳐질 주름, 그런 주름도 있고 얼굴 곳곳에 길을 내는 주름도 있다.지내온 시간의 조분조분한, 혹은 격정적인 삶의 기록이다. 그래서 주름은 그 자체로 간직해야 할 지울 수 없는 흔적이다. /이명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