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ㄹ
/박일환
소나무는 솔과 나무가 합쳐진 말이야
합치면서 발음을 쉽게 하려고
ㄹ을 떨어뜨린 거지
하느님, 따님 같은 말도 마찬가지란다
어떤 말이 더 있는지 생각해 보라는
국어선생님 말을 들으며
새 아빠랑 살림을 합치면서
할머니 집에 나를 떨어뜨리고 간 엄마를 생각했다
-청소년시집 ‘학교는 입이 크다’(한티재, 2014)에서
시인은 학교 선생님입니다. 아이들과 울고불고 뒹굴며 겪었던 일들을 한 편 한 편 만들어 시집을 묶었습니다. 이 시는 한글 맞춤법 중 ‘ㄹ탈락 현상’에 착안하여 오늘날 가정현실을 아프게 담고 있습니다. 엄마와 ‘떨어진’ 아이의 마음은 상처로 슬픔에 젖었을 겁니다. 그리고 아이를 ‘떨어뜨리고’ 간 엄마 또한 슬픔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이 두 슬픔이 경중을 따질 수 없이 코끝을 찐하게 합니다. ‘ㄹ탈락 현상’은 주로 파생어와 합성어에서 일어납니다. 그처럼 오늘날 가정은 끊임없이 해체되고 합쳐지길 반복하고 있습니다. 꼭 슬픈 일이기만 할까요? 인생이 살아볼 만한 것은 무한 변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변신의 희망이 힘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탈락하고 떨어진 존재들이여, 슬퍼하지 맙시다.
/이민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