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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선문헌이 걸어온 역사 조망

 

선사들의 언행을 기록한 선어록과 선의 경전을 해설해 선(禪)의 이해를 돕는 책.

한국의 선어록, 중국의 선어록, 선의 경전에 이르기까지 선과 관련한 거의 모든 선문헌들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어록’이라는 말은 본래 선종에서 직제자 등이 사가(師家)의 가르침을 필록한 책을 뜻했다. 선종의 개조인 달마로부터 시작해 모든 선사들이 일상의 담화를 통해 종지를 설하면서도 스스로 그것을 문자로 기록하지는 않았다. 좌선수행과 직관적인 깨달음을 중시하는 선종은 ‘이심전심’(以心傳心)과 ‘불립문자’(不立文字)를 종지로 삼았기 때문에 선사가 직접 저술을 펼친 것이 아니라 스승의 언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제자들이 그들의 가르침을 필록했던 것이다.

책에는 깨달음을 얻은 선사들이 상대를 꾸짖거나 각성시키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그 중에는 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 쯤 들어봤음 직하거나 영화나 문학 작품 속에 삽입됐던 장면들도 포함돼 있다. 깨달음을 얻은 선사들의 탁월함에 탄성케 하는 이러한 장면들은 읽는 재미를 더해줄 뿐 아니라 독자가 직관적으로 그 뜻을 알아채게 만든다.

또 저자는 어록 당사자의 일대기와 편찬을 둘러싼 시대 상황, 후대에 평창을 붙인 배경 등에 대해 풍부한 설명을 더해 시대·법맥의 흐름에 따라 구성한 목차와 더불어 선과 선문헌이 걸어온 역사를 조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요즘의 ‘어록’ 유행은 낯선 현상이 아닐 수 있다. 교학을 통하기보다 이심전심(以心傳心)과 불립문자(不立文字)를 통해 깨치기를 강조했던 선종의 종지처럼, 마음으로 통하는 ‘말’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선을 경험하면서 살아있는 진리와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이러한 동시대인들의 바람을 일면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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