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크령 노래
/홍성란
희미한 그대 체취 실리는 천변에 와
고마리 기우는 꽃길 너울너울 걸었나봐요
잘 번진 토끼풀처럼 나도 너울 번져서
번지는 풀꽃 하나 손가락 반지 짓고
달개비 꽃빛 하늘 가리키며 웃었나봐요
누군가 여기 보라고 들릴 듯 말 듯 말 거는데
그대 분망한 거처 그 바람 일렁이다
여기 보아 여기 보아 손 흔드는 거였나 봐요
언덕엔 수크령 무리 넘실 물결지어 밀리는데
수그렸다 들었다 낟알 익어나는 내음으로
그대가 온다는 걸 고추잠자리도 아는가 봐요
몸으로 누른 몸짓으로 이내 올 걸 아나 봐요
- 홍성란, 『춤』 문학수첩 2013. 4
입추가 벌써 멀지 않은 날이다. 뜨거운 태양은 칠 줄 모르고 우리네 살림살이를 달궈댄다. 나크리는 또 남쪽과 서쪽 일부를 뒤집고 올라왔다. 해마다 큰 태풍을 맞으며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가슴 졸이는 계절일지. 비둘기가 연약한 가지에 잠시 매달려 쥐똥나무 열매를 거두어 먹기 위해 날개를 퍼더덕 거려야 하는 게 사는 거라고 시인은 말했다.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얼만 고단한 일인지. 세월호가 바다에 빠진지 100일도 더 지났다. 슬픔도 아픔도 아물어지지 않았는데 상처를 치료해주어야 할 사람들은 외면하고 있다. 아직 찾지 못한 이들도 있는데. 고마리 꽃길 너울너울 걸을 수 있게, 토끼풀처럼 너울너울 사이좋게 번져서 살 수 있는 세월이 어서 오기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지울 수 없는 슬픔의 독을 서둘러 지우고 치유해 줬으면. 더 이상 내치지 말고. /이명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