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9 (토)

  • 흐림동두천 29.1℃
  • 흐림강릉 27.3℃
  • 서울 27.8℃
  • 대전 22.9℃
  • 대구 23.6℃
  • 울산 23.2℃
  • 광주 24.1℃
  • 부산 23.1℃
  • 흐림고창 25.2℃
  • 흐림제주 28.2℃
  • 흐림강화 23.9℃
  • 흐림보은 22.7℃
  • 흐림금산 22.3℃
  • 흐림강진군 24.6℃
  • 흐림경주시 23.8℃
  • 흐림거제 23.5℃
기상청 제공

 

비애

                                               /문정희

거울처럼 말간 기도 속에 살고 있던

젊은 처녀는 어디로 갔을까

먼 바다로 향한 눈빛을 하고

따스한 어깨로 꿈꾸는 여자,

그 안에 살며

사시사철 청송처럼 키가 컸는데

마른 잎 서걱이는 지금은 저녁 답

횐 머리칼 날리며

홀로 창가에 기대섰는 것은

거울 속에 처녀 대신

저녁노을 하나

잔주름 물결져서 살고 있기 때문이리.



그리움 모두 작아

물레처럼 돌고

사랑은 귓속말로 남아

편안한 오후가

거기 쓸쓸히 웃고 있기 때문이리.

 



 

시인의 비애는 세련된 비음으로 시를 읊는 것만 같다. 프랑스 파리의 여름이기도 하고 한국의 정취와 맞물린 계절의 비애도 자리한다. 감동의 전율이 오는 아름다운 예술가들의 커피 한잔의 음미는 어떤 것일까? 시인은 기실 죽음보다 늙음을 더욱 두려워하고 있는 인지감이다. 상상력의 고갈, 주름진 얼굴, 노욕(老慾), 맹목적인 권위주의, 그리고 사랑에서 소외된 여인이 갖는 뻔뻔함에 대한 경계로 읽힌다. 우리의 먼 미래는 알지 못하지만 미래의 항구에 안도의 닻을 내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무반주 첼로곡처럼 그렇게 깊고 폐부를 찌를 듯이 파고드는 향기가 비애 속에 담겨 한데 흔들리고 있다고 할까? 열망과 갈증 투성이인 젊은 나이에서 빠져 나와 영혼이 치유되는 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슬프고 아름다운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협회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