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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비오는 날의 꽃집

비오는 날의 꽃집

/서경온

마네킹이 물방울 무늬의

비옷을 입고 있는

혜화동 로터리



분홍 립스틱을 칠한

그녀가 걸어간다.



어두운 대낮의

하얀 비안개 입김 속에

화려하게 피어나는

불 켜진 꽃집



노랑 우산을 든 그녀가 지나간다.



버스 창 밖 거센 빗줄기 사이로

점점 아름다워 지는 마네킹의 각선미



물 먹은 돌이 살아나듯이

거리에 던져진 한 다발의 미소처럼

비오는 날의 꽃집은

황홀하게 피어난다.

문화 가 - 00224<일간> 2002년 6월 15일 창간



 

 

 

온 누리에 어둠이 내릴 때, 별이 빛나듯, 비 내리는 지상에서 꽃들은 비로소 제 빛깔을 찾는다. 살아갈수록 자신의 삶이 비본질적인 것에 의해 잡식당하고 있다는 가벼운 피해의식, 의기소침해지는 그런 때, 우리들 마음에도 소리없는 비가 내린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빗줄기 속에, 생각의 우산을 들고, 일상의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외로움이 때때로 어떤 위기감으로까지 다가설 때가 있다.

유리벽 안의 꽃들이 머금은 황홀한 미소를 바라보는 순간, 필자는 말해지는 아름다움의 실체를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꽃들은 하나의 이데아로서 눈부시게 실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쳐가는 행인들보다도 더욱 활달한 듯싶은 마네킹의 걸음걸이는 영원인 듯 선명한 영상이 되어 빗물 흐르는 버스 차창 위에도 어른거렸다. 슬픔인 양 피어나는 비안개 속의 꽃들은 화려한 추억처럼 아득하였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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