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4 (수)

  • 흐림동두천 -2.5℃
  • 맑음강릉 3.0℃
  • 박무서울 1.0℃
  • 박무대전 -1.6℃
  • 구름많음대구 -2.4℃
  • 구름많음울산 1.6℃
  • 박무광주 -1.4℃
  • 구름조금부산 2.0℃
  • 맑음고창 -3.9℃
  • 구름많음제주 3.1℃
  • 흐림강화 -1.7℃
  • 흐림보은 -5.0℃
  • 구름조금금산 -5.6℃
  • 맑음강진군 -2.7℃
  • 구름많음경주시 1.7℃
  • 구름많음거제 1.3℃
기상청 제공

[교육현장에서] 아이의 단점 뒤에는 재능이라는 선물이 있다

 

교실은 매일 아침 서로 다른 세계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공간이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속도와 감정, 가정과 경험을 품고 교실로 들어온다. 그 수많은 세계가 부딪히고 어울리는 자리에서, 교사는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가장 가까운 어른이다. 해마다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할 때면 늘 같은 질문 앞에 선다. 내 눈앞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나의 기준과 경험으로 재단하고 있는가.

 

교육 현장에 오래 몸담을수록 기준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실감하게 된다. 정해진 교육과정, 규칙, 사회가 기대하는 학생상의 틀은 교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해 주지만, 동시에 아이들을 빠르게 분류하게 만든다. 질문이 많은 친구는 수업 흐름을 방해하는 존재가 되고, 자기 생각을 분명히 말하는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고집이 센 이미지가 된다. 발표를 주저하는 아이는 소극적이라는 말로 쉽게 설명된다. 그렇게 붙은 이름은 하나의 세계를 이해하는 언어라기보다, 어른이 안심하기 위한 표식에 가깝다.

 

교사로서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이 있다. 쉽게 라벨링했던 이름들이 얼마나 쉽게 아이의 가능성을 가리는지 와닿았던 때였다. 수업 시간마다 말을 끊어 주의를 주던 친구가 있었다. 늘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쉬는 시간, 반에서 다툼이 생기자 그 아이가 먼저 다가가 양쪽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고 있었다. 누구보다 진지한 얼굴로 말이다. 그 순간 알게 되었다. 내가 보았던 산만함은 세상과 끊임없이 연결되려는 소통의 힘이었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모습은 주변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에너지였다는 것을.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일, 교육에서는 이를 ‘리프레이밍’이라 부른다. 같은 그림도 어떤 액자에 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주듯, 교사의 시선 하나가 아이의 삶을 다르게 만든다. 문제가 있다는 말 대신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교사가 어떤 언어로 아이를 설명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스스로를 믿기도,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한다.

 

요즘 사회는 평균에 맞추는 능력보다 고유함을 요구한다. 모두 비슷한 모양으로 다듬어진 돌은 안전하지만, 어디에서나 대체 가능하다. 반대로 조금은 울퉁불퉁한 돌은 다루기 어렵지만, 그 모서리 덕분에 고유한 역할을 한다. 아이들의 단점처럼 보이는 기질은 사실 그 아이만의 모서리일지도 모른다. 교실은 그 모서리를 깎아내는 공간이 아니라, 안전하게 드러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물론 공동체 안에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 다만 그 행동의 뿌리에 담긴 긍정적인 에너지를 먼저 읽어주고 싶다. 왜 그렇게 고집이 세냐는 말 대신 끝까지 생각을 지키는 힘에 대해 칭찬해주는 순간, 아이의 눈빛은 달라진다. 이해받고 있다는 감각은 아이를 바꾸는 가장 강한 힘이 된다.

 

교육의 본질은 아이의 부족함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이미 그 안에 있는 빛을 발견해 주는 일이라 믿는다. 교사는 아이의 단점을 지우는 사람이 아니라, 숨겨진 가능성을 비추는 사람이다. 지나간 교실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던 다채로운 친구들이 있다. 그 행동 너머에 있을 진짜 재능을 떠올려 본다. 당연히 어렵겠지만, 올해는 개인이 가진 모서리를 북돋워 주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