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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낙엽차

 

낙엽차

                                                       /강신애

낙엽, 낙엽 속에 파묻고

홀연 등불 켜고

빛바랜 얼굴 들추어 보았는데



미친 마음

미련한 황홀 따위

낙엽 속에 파묻고 으스러뜨렸는데



단단한 허공에서 뜯겨

쏟아져 내리는

노란 먼지 속, 뒹구는 이파리 몇 잎 주워

팔팔 끓여 마시면

우울증이 확 풀린다는데



세상에서 제일 쓸쓸한 차가

세상에서 제일 쓸쓸한

병의 즉효라니요



낙엽 때문에 앓고

낙엽 때문에 헤매다닌 몸

낙엽이 맑게 우려 일으켜주네요



-강신애 시집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시인동네 2014년)

 

 

한 마디로 낙엽이 병 주고 약주는 격인데요. 단풍철이 되면 낙엽으로 옷을 갈아입은 사람들이 울고 웃고 난리가 나지요. 설악에서부터 땅 끝까지 방방곡곡 몸살을 앓지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니요. ‘미친 마음/미련한 황홀 따위/낙엽 속에 파묻고 으스러뜨렸는데’ 발길 멈추는 곳마다 꽃잎보다 고운 빛의 낙엽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요. 빛바랜 얼굴들이나 들추고 있었던 우울한 동공도 단풍빛으로 물드는데요. 왜 헤매인 여자가 아름답지 않겠어요. 낙엽 때문에 더 쓸쓸해 헤매다니던 여자. 쓸쓸한 병의 즉효라니 낙엽차 한잔 하실래요 당신?

/김명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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