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물처럼 될 때
/이수명
가라앉히려 했다.
너를 물처럼
네가 물처럼 될 때
물 밖으로 꺼내지는 자는 물이 옳고
물이 우선 터지려 한다.
어느 유창한 계곡이어도 좋았다.
물 없는 계곡의 흐름이 공중에서 제멋대로 부딪쳐도 좋았다.
네가 그 계곡을 다 밀어내지 않아도 좋았다.
네가 물처럼 마치 또 다른 물체처럼
물갈퀴를 쳐들 때
- 이수명 시인 계간 미네르바 2010년 가을호
사람이 물처럼 살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상대방인 네가 물처럼 흐를 때 나도 물처럼 어디든 스며들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네가 물갈퀴를 쳐들 때 나는 너를 가라앉히려 했다. 물 밖이든 안이든 흐름이 계속되어 세상이 유연하게 넘치면 좋겠다. /김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