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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문태준

노랗게 잘 익은 오렌지가 떨어져 있네

붉고 새콤한 자두가 떨어져 있네

자줏빛 아이리스 꽃이 활짝 피어 있네

나는 곤충으로 변해 설탕을 탐하고 싶네

누가 이걸 발견하랴,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태양이 몸을 굽힌, 미지근한

어스름도 때마침 좋네

누가 이걸, 또 자신도 주우랴,

몸을 굽혀 균형을 맞추지 않는다면

-〈서정시학〉 2014년 가을호




내가 작은 아이였을 때, 다른 세상 얘기가 알고 싶었지, 집에 오는 친지들을 붙들고 얘기를 하나씩 해달라고 졸랐을 때, 몸을 굽혀 내 눈을 바라보며 얘기해주던 사람들이 있었지, 홍수를 미리 알려준 이지함 선생이야기, 지렁이 한 마리도 전생에 사람이었을 수 있다는 이

 

야기, 호랑이 타고 다니는 산신령 이야기, 은하수에 다리를 놓은 까마귀와 까치이야기, 온갖 과일이 사계절 열리고 갖가지 보석으로 지은 궁전이 있다는 남국이야기. 그 이야기들로 그림을 그리며 놀았지, 세계란 얼마나 신기한 곳일까, 그땐 미래가 얼마나 눈부셨는지, 그들이 몸을 굽혀 얘기해 주지 않았다면, 난 그렇게 신나는 꿈을 꿀 수 없었을 것이고, 아프고 힘겨운 시간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을 것이다. /신명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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