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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글 사이의 작은 조각 소소한 일상이 주는 감동

 

한국 최초 괴테금메달 수상

독문학자 전영애 첫 에세이

한국·독일서 만난 사람들의

에피소드로 깊은 여운 선사

“누군가에 닿을 수 있을까

내가 깨우친 작은 지혜가”

한국을 대표하는 독문학자로 40년간 치열하게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쳐온 서울대 전영애 교수가 삶과 글 사이를 넘나들며 마음에 자취를 남긴 단상과 삶의 지혜를 담아 펴낸 첫 에세이집.

지난 2011년, 세계 독문학, 문화 분야의 최고 영예인 ‘괴테금메달(Goldene Goethe Medaille)’을 한국인 최초이자, 동양인으로는 두 번째로 수상하며 세계적 석학(碩學)의 반열에 들어선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인생을 살아보니, 쓸데없는 계산하느라 남들과 비교하느라 힘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면 제법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오로지 책을 동무 삼아 기회가 주어지면 전 세계 어디라도 달려가 연구와 강의에 매진해온 저자의 고백과도 같은 이 말은, 삶의 목적을 상실한 채 방황하는 이들에게 지금 주어진 삶에서 끝까지 붙잡고 나가야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이와 함께 저자가 독일과 한국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사연과 프란츠 카프카, 니체, 쿤체 시인 등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문학세계가 황규백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담겨 있다.

저자는 삶 자체로 기쁨이고 선물인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을 전하고 싶은 욕심, 그것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였다고 말한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꼿꼿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홀레 씨, 자신이 중한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환자이면서도 친구에게 아름다운 글라디올러스 밭을 보여주려고 온 힘을 다해 걸었던 친구 에리카, 음악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딸에게 세상을 헤쳐갈 힘을 길러주기 위해 마라톤을 시킨 어머니 등 아름다운 사람들의 감동적인 사연은 평범한 일상이 주는 감사함을 되새긴다.

또 문학적 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카프카의 인형 편지와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죽기 직전까지 온 힘을 다해 마지막 시를 쓴 카체넬존의 감동적인 사연, 그리고 저자가 쿤체 시인을 만나 스승으로 모시게 된 에피소드 등은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한다.

30여년 가까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저자의 모습을 제자인 정여울 작가는 “내 기억 속의 선생님은 늘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시며 걷는 모습이었다”고 회상한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최근 ‘맑은 사람을 위하여, 후학을 위하여, 시(詩)를 위하여’란 모토 아래 공부하는 사람들이 쉬어갈 공간을 마련하고자 여주에 ‘여백서원’을 개원하기도 했다.

제자들이, 사랑하는 이들이 생활에 부대껴 마모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남은 평생을 시를 쓰며, 서원지기로 살며,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로 결심한 저자는 여백서원에 담은 마음과 이 책에 담은 마음이 다르지 않다며,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책에 모인 것은, 삶과 글 사이 두 세계를 넘나들면서, 독일과 한국을 자주 왕래하면서, 무엇보다 삶의 한 모퉁이를 돌아서면서 마음을 스쳐간 것들을 적은 조각 글들이다. 작은 쪽지를 유리병에 담아 망망대해에 띄워보는 심경이다. 누구에겐가 가닿을 수 있을까. 내 나름으로 깨친 작은 삶의 지혜들이, 귀한 사람들의 마음의 해안에 가닿았으면 좋겠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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