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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가을이 흥건하다

 

가을이 흥건하다

                                            /박수현

도로 위에, 납작,

붙어 있는 뱀 한 마리

검은 무늬 어룽진 초록 몸뚱이

대가리는 으깨어진 맨드라미 같다


서쪽 하늘

나무 정수리에서 터져 나온

노을이 유난히 붉다

출처 - 『운문호 붕어찜』 황금알/ 2008년


 

길을 닮은 뱀이 길 위에서 죽었다. 가을 뱀은 유난히 독이 많다는데 독이 많으면 피도 많을 것이다. 어릴 적 목화밭 가는 길, 꼭 그만큼에서 스르륵 뱀이 출몰하는 지점이 있었다. 목화꽃은 더없이 예뻤지만 뱀은 무서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뱀은 그냥 제 길을 갔을 뿐인데 나는 냅다 달렸고 미리 오금이 저렸다. 뱀은 그냥 제 길을 갔을 뿐인데 눈이 없는 바퀴는 맹렬하게 달렸을 것이다. 지금쯤 목화 열매들은 딱딱한 외피를 준비하고 있을까? 내 창가에도 가을이 흥건하다. /박홍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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