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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새겨진 50년의 세월… “발길 붙드는 그림 그리라”

석산 김영철 화백

 

‘아버지와 같은’ 소나무 주로 담아

최근에는 1천호 넘는 대작 그려



후학에 기회 있을 때마다 현실적 조언

“팔리는 그림 그리고 예술성 인정받고

창작을 통해 선구적인 역할을 해야”



“미술관은 대중과 예술가 사이의

소통의 공간이며 창조적 삶의 공간”

현대 미술관 설립 필요성 강조






50년의 시간이 새겨진 석산(石山)의 그림은 단단하다.

대담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낸 기암절벽과 그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

암벽 사이로 굽이쳐 자라난 소나무는 강한 생명력을 품는다.

향기를 쫒은 벌레들에게 온 몸을 내어주듯 기지개를 펴고 있는 꽃송이에서도 담대함이 느껴진다.

“풀 한포기에도 뜻을 담아야 그려야 한다”며 “사람의 발길을 붙드는 그림을 그리라”고 말하는

석산 김영철 화백을 만났다.

▲ 뜻을 품은 소나무

50년의 세월을 그림에 매진해 오며 이제는 서양화에서 동양화, 산수화에서 문인화 등 모든 장르에 자신의 색을 담아내는 석산은 최근 1천호가 넘는 대작을 그리고 있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소나무다.

석산은 소나무를 “아버지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심산유곡에 자라난 소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로 국목처럼 사랑받는 나무다. 사시사철 변함 없는 소나무는 우리에게 그만큼 친근감을 준다”고 말을 이었다.

“특히 설악산의 적송은 오랜 세월을 견디고 살아온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나무들은 겨울을 지내는 동안에 살아남기 위해 잎을 벗어버리지만 소나무는 잎 하나 버리지 않고 황량한 추위를 견뎌냅니다. 소나무가 아버지와 같다는 것은 이처럼 힘든 가운데서도 가족의 생계를 등에 지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나무와 더불어 그가 화폭에 담고 있는 학과 폭포, 그리고 그의 ‘호’를 떠올리게 하는 기암절벽에 그가 새긴 의미와 가치 역시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 후학에게 전하는 이야기

소나무는 주로 ‘기개’와 ‘절개’ 등을 표상하지만 그가 소나무에 담아내는 의미는 일면 현실적이다.

‘예술계의 원로’라는 느낌이 주는 그것과 다르게 그가 후학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 역시 현실적인 조언이 앞섰다.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전하는 세가지 당부의 첫번째로 ‘팔리는 그림을 그리라’고 말합니다. 예술인들도 생계를 이어가야 하므로 현대 시장성의 원리 하에서 그림이 팔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두번째로는 각종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상을 받아 예술성을 인정 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세번째로 예술가 본연의 역할인 창작을 통해 선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제가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미술이란 자신의 삶을 체험하며 진실하게 드러내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바탕이 갖춰지면 안에서나 밖에서도 수준 높은 작품을 보여주는 작가가 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원로로서의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석산은 창작에 있어 “많고 많은 소재들과 생활공간 속에서 발견돼는 자연현상, 보고 느껴지는 외면세계를 내면화 하며 생동하는 작품을 펼쳐 보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새로운 작품에 대한 의욕을 환기시키고, 동기유발의 실마리를 찾아야 작품의 조형성을 구체화 하는 작업이 전개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작가는 성장해야 하고 또 미래를 지향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예술인들은 국내에서는 외국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외국에 나가서는 우리나라의 전통미술이 외국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제는 한국미술도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를 향해 전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현대미술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석산은 “급속한 경제성장이 몰고 온 최근의 사회적 병폐현상도 문화를 소홀히 함으로써 물질과 정신의 불균형을 구분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걱정어린 조언을 전했다.

“우리나라는 현대미술이라고 말은 쉽게 하지만 현대미술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대미술이란 현실과 유기적 관련성을 지닌 개념으로서 문화는 단절된 마디로 자생하는 대나무의 구조처럼 각각의 시대에 대한 유기적 생명력을 지니게 됩니다.”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제가 문화·예술에 소홀함을 보이는 것은 문화정책의 후진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그는 “이는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서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춰볼 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는 “미술관은 일종의 살아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미술관 내부의 전시장으로 들어오면서 일상적인 환경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한 시각체험을 다양하게 누릴수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공간은 대중과 예술가 사이의 소통의 공간이며 더 나아가서는 대중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는 창조적 삶의 공간 속에서 자녀들이 보고 꿈을 키워나가며 미래를 설계하는 창조적인 발상을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 미술관의 가치, 그리고 작가의 역할

그의 고민은 현재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현대미술이 과거 제작자 중심에서 감상자와의 복합적인 관계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현상에서 미술관의 필요성은 점차 증대되고 있다”는 그는 “지방 주요 도시에 현대 미술관을 설립해 고대중심의 유물관리와 질적인 향상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현대인들이나 미술을 창작하는 작가들도 유럽처럼 완숙한 문화 공유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다시한번 미술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다시 한 사람의 작가로 돌아온 석산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 작품세계에서 우리는 작가의 예술작품을 통해 감미로움과 개성을 감지할 수 있다”면서 “작가는 뼈를 깎는 아픔 속에서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데 그 속에는 토속적인 민족의 감성과 밀착된 부분과 함축성을 가진 작품 세계를 펼쳐보여야 한다”며 “이러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 비로소 보는 이의 발길을 붙드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대화를 갈무리 했다.

 

 

 



■ 수상 경력



1980년 서울 이술대전 특선 5회

1984년 전국창작미술대전 특선 5회

1986년 한국 서화 미술대전 특선 5회

1987년 일본 미술대전 특별상 수상(동양화 부문)

1988년 한국 미술대전 특선 3회

1989년 중국 미술대전 특별작가상 수상(한국화 부문)

1990년 제9회 한국미술대전 대상 수상(문인화 부문)

1992년 제11회 한국미술대전 대상 수상(한국화 부문)

1993년 제12회 한국미술대전 종합대상 수상(한국화 부문)

1998년 세계 문화예술 대상 수상(한국화 부문)

2001년 제8회 대한민국 문화 미술대전 대상 수상

(한국화 부문)

2002년 제9회 대한민국 문화 미술대전 종합대상 수상

(문인화 부문)

세계문화 예술상 수상

2012년 제30회 대한민국 미술대상전 대상 수상

(문인화 부문)

2014년 제5회 중국현대관리대학교 미술대학원 특별작가상

제31회 대한민국 미술대상전 특별상 수상, 작가상





/박국원기자 pkw09@

/사진=이재명기자 lj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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