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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이를 가슴에 묻고 다짐했습니다. ‘진짜 어른’이 되겠노라고…

세월호 참사로 딸 잃은 김영오씨
‘세상에 눈 감고 살았던 죄인’ 고백
“어른, 시민으로서 제 몫 하기 위해
세상 속으로 들어가 목소리 낼 것”

 

2014년 본의 아니게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된 유민 아빠 ‘김영오’. 평생을 빈곤과 궁핍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야 했던 그는 두 딸에게는 언제나 못난 아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난생처음 정규직원이 되고서, 이제야 아비 구실을 해볼 수 있겠다며 품었던 소망은 허무하게 바스라지고 말았다.

딸 유민이의 꿈은 차디찬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고,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 304명. 그 가족의 꿈과 소망이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뽑혀버렸다. 유민 아빠는 이유를 알고 싶다.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진상을 알아내고,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김영오 씨는 딸 유민이를 보내고서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가슴을 치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얼마나 못난 아비이고 못난 시민이었던가를 깨달았다.

그동안 빚에만 매달려 살다가 자신의 안전, 내 아이의 안전이 뿌리부터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외면과 방관, 나 힘들다고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눈 감고 있었던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한다.

이제 김영오 씨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살려 한다. 대한민국이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 듯 말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성역 없이 책임자들이 처벌받을 때까지, 확실하게 재발 방지책이 나올 때까지,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둘째 딸 유나는 안전한 나라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어른으로서 시민으로서 자기 몫을 다하려고 한다. 하루를 버티기에 급급해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세상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작은 목소리라도 내는 것이 시민의 권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민이가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고 가슴에 묻은 자식이기에 평생 고통이 이어질 것이다.

그래도 버텨내면서 새로운 삶을 기꺼이 맞이하려고 한다. 못난 아비의 자격을 논하는 수많은 비난의 화살도 오롯이 자신의 몫임을 인정하면서 쉽지 않은 그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진짜 ‘어른’이 되려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이제라도 철이 든 못난 아비의 간절한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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