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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가을 치악산

가을 치악산

                                                 /정치산

오늘은 마음 잡아당기는 가을 속으로

주섬주섬 떠나지 못한 것들을 챙겨 한껏 가을 속에 안겨 봅니다.

가속 붙은 시간을 쫓아 허우적거리며

지나온 답답했던 시간들을 불어오는 바람에 실어 보내고,

당신께 보내는 마음 한 자락 물봉선으로 피워

가을 치악에 걸어둡니다. 다가올 듯 다가오지 못하고,

다가갈 듯 다가가지 못하는 그 행간에서

당신께 보내는 안부, 행여 지나는 길에 보았다면

보름달로 커져가는 궁금증을 그믐달로 화답해주길,

작은 몸짓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바람으로 화답해주길,

다가서지도 다가가지도 못해 좁혀질 수 없는 거기에

오늘은 눈부시게 파란 하늘만 시리게 빛나고 있습니다.

-정치산 시집 〈바람난 치악산〉에서

 


 

화려한 여름을 지나 혹독한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에 가을이 있다. 계절이 성장하다가 주춤거리며 조락하는 시기라서 스산하다. 추수의 계절로 이해하면 풍성한 계절이기도 하지만 열매를 맺는 시기라서 정리하는 느낌이 강한 계절이다. 내리막길 인생이 처연하게 보이게 된다. 미처 주지 못한 정이 안타깝고 다가서지 못한 바보스러움이 후회로 밀려온다. 누군가에게라도 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물봉선처럼 피어오른다. 그믐달 만큼의 신호라도 있으면야 좋겠다. 바람처럼이라도 화답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나 가을은 눈부시게 푸른 얼굴로 시리게 빛날 뿐이다. 가을은 고독한 계절이다. /장종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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