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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성윤석

멍게는 다 자라면

스스로 자신의 뇌를 소화시켜 버린다.

어물전에선

머리 따윈 필요 없어.

중도매인 박 씨는 견습인 내 안경을 가리키고

나는 바다를 마시고 바다를 버리는

멍게의 입수공과 출수공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지난 일이여,

나를 가만두지 말길. 거대한 입들이여.

허나 지금은 조용하길. 일몰인 지금은

좌판에 앉아 멍게를 파는 여자가

고무장갑을 벗고 저녁노을을

손바닥에 가만히 받아보는 시간

-성윤석 시집 ‘멍게’ / 문학과 지성사

 


 

반복되는 일상의 세상처럼 바다의 출렁임도 깊이도 알 수 없다. 바다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김이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그저 출렁일 뿐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관계들은, 그 속에서 끝없이 입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면서 각자 쏟아낸 말들 속에 섞여 버린다. 멍게의 몸이 물살을 견디느라 울퉁불퉁해진 표면을 가진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갛고 영롱한 속살을 내면에 오롯이 품고 있는 것처럼 가끔은 ‘가만히’ 내면을 들여다 볼 일이다.

/권오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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