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록볼록
/신현정
과연 이 시각 안내견을 앞장세워
맹인 하나 어김없이 지나가는 이 시각 이 길을
발 디딜 때마다 해가 볼록볼록
달이 볼록볼록
별들이 볼록볼록
그리고 꽃송아리들이 볼록볼록 올라오는
보도블록으로
교체해주셨으면 한고 존경하는 시장님
갓 구워내 말랑말랑한 빵도 한 번쯤은 밟고 지나가게 해주셨으면
하고 시장님.
- 신현정 <현대시학>』2009년 4월
며칠 전 어느 젊은 시각장애인이 용산역 전철승강장에서 철길로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3분동안이나 시간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혼자 불안에 떨다 결국 전동차에 치였다. 하루종일 눈 깜빡임도 없이 돌아가는 감시카메라가 있었지만 그것을 들여다 볼 눈이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지고 있던 그는 하반신 마비의 장애까지 안고 살아야 될지도 모른다. 볼록볼록하고 말랑말랑한 안전장치가 있었다면 그 젊은이는 불행한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는 곳곳이 안전하지 않은 것 투성이다. 경제가치만 최상의 덕목으로 내세워 사람들의 안전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움직이지 않아도 불안전한 것 투성이다.
/이명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