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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년 한국… 여전히 암울한 현실 그리고 작은 희망

최인석 작가의 열 두번째 장편소설… 어두운 미래상 그려
기계 속 부품처럼 살아가는 평범한 그들과 달리
인간답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통해
다 태워버리고 싶은 세계 속 작은 희망 탐구

 

첨예한 문제의식으로 견고한 작품 세계를 축적해온 중견작가 최인석의 열두번째 장편소설.

‘강철 무지개’는 SS 울트라마켓의 계산원 ‘지니(차지연)’와 서울클라우드익스프레스의 화물 배달기사 ‘제임스(윤재선)’, 세상을 바닥부터 경험하며 분노와 복수로 살아온 ‘멜라니(안영희)’와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간호사 ‘아이리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2105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기계의 연장이 돼 쳇바퀴를 돌듯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누군가의 삶을 진술하는 동시에, 언제든 해고로 몰릴 수 있는 불안정한 고용 현실, 편리를 가장한 ‘감시’ 기술과 체제의 발전, 대체 에너지를 둘러싼 기업의 경쟁 등 예측 가능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우리의 디스토피아적 사회상을 그려나간다.

SS 울트라마켓의 계산원 지니는 일상 속에서 기계처럼 살고 있던 어느 날, 클럽에서 서울클라우드익스프레스 배달기사 제임스을 만난다.

둘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쉴 틈 없이 일해야 했던 두 사람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현실에 염증을 느낀 두 사람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서해에 도착한다.

30년전, 발생한 중국의 8천 잨급 컨테이너 화물선 인줘 호의 침몰사고로 배에 실려있던 핵폐기물이 유출된 서해는 폐허로 변해 있지만 둘은 그 곳에서 잠시나마 유토피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얼마후 군인들이 서해에 자리잡으면서 둘은 다시 현실로 밀려나고, 결국 헤어진다.

이후 지연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져준다는 SS 울트라돔으로 들어간다.

SS 울트라의 에너지돔이라는 집합거주지구는 ‘의식주 무상, 교육 무상, 직장 보장, 의료 보장, 세금이 없는’ 세계다. 대신 자유와 자치가 없다.

그 생활은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은 채 만들어진 시스템에 순응해야 하는 곳에서 지연은 아무도 모르게 세계를 변화시킬, 재선과 함께 꾸었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맨다.

한편, 지연과 헤어진 뒤 서울클라우드익스프레스로 복귀한 재선은 막 고용된 멜라니를 만난다.

멜라니는 무당의 식모살이를 하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 열한 살부터 길에서 살아 왔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역 앞에서 에스더를 만난 멜라니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예수님 사랑의 학교’에 들어갔지만 예수의 재림을 믿는 에스더와 구원을 기다리기 보다 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서고자 하는 멜라니의 길은 그 곳에서 갈라졌다.

재선과 멜라니는 화물을 운송하는 임무를 맡아 ‘하산’(중국, 러시아, 한국의 국경이 접한 국제자유공업단지)으로 향한다. 그 길목에서 멜라니는 자신의 연인을 찾는다며 평양으로 떠나고, 재선은 간절히 연인을 찾으려는 멜라니를 바라보며 헤어진 지연을 떠올린다.

‘강철 무지개’ 속 인물들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순응하지 않는 것, 가만히 있지 않는 선택을 하고 주체적으로 고군분투한다.

저자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악몽을 꾸듯 생생한 디스토피아를 그려냄과 동시에 다 태워버리고 싶은 세계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탐구한다.

홍기돈 문학평론가는 “작가는 인간의 존재 형식이란 큰 그림을 제시하면서 그 안에 2014년의 실태를 소설 속 2095년의 상황 위에 겹쳐놓았고, 이로써 현실의 중력을 소설 속에 담아내고 있다”며, “현재의 사실에 허구의 미래를 덧붙여서 암울한 세계를 실감 나게 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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