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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나는 청동기에서 왔다

 

나는 청동기에서 왔다

                                              /박미라

허벅지 안쪽에 멍울이 섰다

마음이 쏘다니던 길목이 막혔다



흙장난하듯, 조물거리는 언 손에

흰 피 묻은 민무늬 토기가 잡힌다



달빛이 밝으면 깊은 잠이 쏟아졌으므로

발굴을 중단한다



뜻밖의 침입자가 있을지도 몰라,

오래된 돌칼을 당기며 웅크려 눕는다



달의 형상을 훔쳤다던 ‘거친무늬거울’ 속 그대에게 돌베개를 전한다

먼발치에서 바람의 기척이 들린다



이로써 멍울의 병명을 유추할 수 있겠다

-박미라 시집 『우리 집에 왜 왔니?』/푸른사상




 

푸른 멍울은 책상 모서리나 의자, 싱크대, 침대 모서리에 부딪히거나 외부의 어떤 물체들이 내 몸에 가한 물리력의 흔적이다. 붉은 피들은 외부의 침입에 우왕좌왕 혼비백산 저희들끼리 몰려다니다 어떤 ‘길목’을 막고 대항한다. 마치 푸른 옷을 입은 청동기의 기사들처럼. 멍울을 누르면 아프기도 하지만 혼자 외롭게 싸우는 ‘달의 형상’을 닮아 외롭다. 혹시 몽고반점은 청동기에서 온 푸른 옷의 기사가 아직도 굳건하게 날 지키고 있는 건 아닐까?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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