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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우화등선(羽化登仙)

우화등선(羽化登仙)

/손진은

모든 것들은 하나의 존재이유를 갖고 있는 것이야

사랑은 꼭 그렇다고는 하지 않더라도

전생애에 걸쳐 계속되는 여행같은 것,

가령

덜 깬 잠의 갈피마다 찬물 쏟아붓듯

오뎅이며 두부를 사라고 외치는 아줌마

시간은 산비탈 깎아 집을 세우고

아줌마 횐 고무신을 운동화로 바꾸었지만

머리카락은 새것으로 돌리지 못하지

수십년 바람 햇빛까지도 촘촘히 다져

어느 사진기도 잡을 수 없는 주름 낀 얼굴로

가끔씩 뒤돌아보며

구겨진 세월의 필름 꺼내보는

그녀는 젖줄, 사람 사는 거리의 남루를 싸고 흐르는

시냇물, 꼬불길 오선지인듯 악보 그리며 가는

음표, 거기서 사랑이 끝나는 게 아니야

가벼워지며 그는 걸을 것이야

끊임없이 시간 속으로, 사랑으로 충만한 황혼

속으로, 왔던 길 돌아 안쪽으로 들어가는

여행, 마침내 아주머니, 누에처럼 틀고 앉아

실을 뽑을 것이야, 뚫고 나올 것이야

우화등선, 하늘나라에서도 손수레

끌고 다닐 것이야, 그렇게

사랑에 도달할 것이야



 

사랑은 전생에 걸쳐 지속되는 여행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아침 한때 실로폰처럼 튕기는 봄 햇살 받으며 뒷산 능선과도 같은 어깨를 하고 그녀가 지나간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끝에 스미기 시작한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예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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