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9 (토)

  • 흐림동두천 29.1℃
  • 흐림강릉 27.3℃
  • 서울 27.8℃
  • 대전 22.9℃
  • 대구 23.6℃
  • 울산 23.2℃
  • 광주 24.1℃
  • 부산 23.1℃
  • 흐림고창 25.2℃
  • 흐림제주 28.2℃
  • 흐림강화 23.9℃
  • 흐림보은 22.7℃
  • 흐림금산 22.3℃
  • 흐림강진군 24.6℃
  • 흐림경주시 23.8℃
  • 흐림거제 23.5℃
기상청 제공

[아침시 산책]옛집 마당에 꽃피다

옛집 마당에 꽃피다

/김선태



옛집 마당을 숨어서 들여다본다



누군가 빈집을 사들여 마당에 텃밭을 가꾸었나

온갖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울며 맨발로 집을 뛰쳐나왔던 내 발자국 위에

울음꽃 대신 유채꽃 고추꽃 환하다

어머니 아버지 뒤엉켜 나뒹굴던 자리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깨꽃 메밀꽃 어우러졌다



불화의 기억 속으로 화해가 스민 것이다



가만히 귀기울이니 식구들 웃음소리 들린다

폭력의 아버지도 눈물의 어머니도

뿔뿔이 흩어졌던 형제들도 모두들 돌아와

마당에 꽃으로 웃고 있다



슬며시 옛집 마당에 들어가 꽃으로 서본다

 

선뜻 들어서지 못하고 어릴 때 살던 옛집을 훔쳐보는 시인을 지천으로 핀 꽃들이 마당 안으로 불러들인다. 아마도 자주 삐꺽거리는 곤궁한 살림살이였을 것이다. 술기운으로 휘두른 아버지의 폭력에 맥없이 쓰러졌을 어머니의 눈물 때문에 맨발로 뛰쳐나가지 않고는 견디지 못했을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 마당에 울음꽃 대신 유채꽃, 메밀꽃 피어 환하니 과거의 불화는 녹아 사라지고 식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폭력의 아버지도 눈물의 어머니도 멀리 흩어졌던 형제들도 꽃으로 웃고 있는 마당, 슬며시 들어가 꽃으로 환하게 피어보는 시인의 마음이 애틋하다. 그런 옛집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야했다. 언제고 찾아가 기억하고 돌아 볼 시간을 선물처럼 줄 수 있는, 온 가족이 함께 살던, 따뜻하고 환한 집으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이명희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