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우
차 몰고 열심히 가다가 문득
스친 꽃가게 풍경이 다시 떠올라
십 리쯤은 되달려 가서 만든
장미 한 다발
흑장미에서 백장미까지 형형색색 다 만나
한 움큼 손 꽃밭 일구어서
맨 먼저 만나는 여인에게 주고 싶어
그냥
-이형우 시집 〈착각〉, 시인동네 2014년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가는 일. 삶이 그런 것이라고 하자.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실하게…. 그 목적지란 무엇인가. 놀랍게도 죽음이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날마다 성실하게 달려가고 있다. 기다리고 있을 죽음을 생각한다면 덜 열심히, 덜 빠르게 달려갈 일이다. 그러니 한 번쯤, 왔던 길을 ‘그냥’ 되돌아가는 일탈의 묘미! 장미 한 다발 사서 맨 먼저 만나는 모르는 여인에게 ‘그냥’ 주는 것. 삶의 여정에서 스스로 설레는 순간들을 만드는 것. 분명한 것들만이 삶의 요소가 아니듯이 더러는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꽃을 건네는 행위. 그래서 삶이 덜 쓸쓸하다면.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