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신발
/김미정
눈물 나는 그런 포즈는 아니에요
젖은 신발이 되었고 그날 나는
문을 향해 엎드려 있었죠
발에 꼭 맞는 발걸음이 앉았다 날아가요
나를 물가로 데리고 가요, 당신
신발이, 앞으로 나아간다, 휘어지는 고요, 호수의 옆구리가 오므려
졌다, 펴진다, 버려진 입구와 출구사이, 투명한 지느러미가 돋아난다
어느 날 나는 내가 되어 버려요 갑자기
신발이 사라진 그 길들이 젖지 않은 채 젖어가요
죽은 척 가만히 떠올라요
누군가 낚시를 하다 신발을 건질 거예요
-계간 『시작』 2013년 겨울호
물고기는 신발을 버리고 물고기가 된다. 그리고 투명한 지느러미가 돋아나면서 나는 내가 되어 버린다. 누군가 낚시를 하다 신발을 건질 거라며 아무런 미련 없이 고요히 수면을 느끼고 싶은 나는 신발을 버린 물고기의 즐거움을 느끼려 한다. /김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