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담3
/류근삼
시골 버스 삼백리 길
덜커덩거리며
과장으로 승진한 아들네 집에
쌀 한 가마
입석버스에 실었것다
읍내 근처만 와도
사람 북적거린다
뚱뚱한 할매
울 엄마 닮은 할매
커다란 엉덩이 쌀가마 위에
자리 삼아 앉았것다
〈이눔우 할미 좀 보소 울 아들 과장님 먹을 쌀가마이 우에
여자 엉덩이 얹노? 더럽구로!〉하며 펄쩍 하였것다
〈아따 별난 할망구 보고 좀 앉으마 어떠노 차도 비잡은데…
내 궁딩이는 과장 서이 낳은 궁딩이다.〉
버스 안이 와그르르 한바탕 하 하 하 …
사람 사는 재미가 이런 것이렸것다
-국어시간에 시 읽기〈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나라말〉
사람 사는 재미가 자꾸만 없어져 가고 웃을 일도 차츰 줄어든다. 친구들끼리 모여도 말없이 술잔만 기울이거나 한숨이 오간다. 아파트 한 채 달랑 있는 것도 빚잔치 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느니 이러다 아프기라도 하면 속수무책으로 가야한다느니 별 좋은 이야기가 도통 들리지 않는 세월이다. 사람냄새가 몹시 그립다. 어디 시골 5일장에라도 훌쩍 다녀와야 할까 보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