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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나는 나를 떠먹는다

 

나는 나를 떠먹는다

                                 /이재무

아내는 비정규직인 나의

밥을 잘 챙겨주지 않는다

아들이 군에 입대한 후로는 더욱 그렇다

이런 날 나는 물그릇에 밥을 말아 먹는다

흰 대접 속 희멀쑥한 얼굴이 떠 있다

나는 나를 떠먹는다

질통처럼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없어진 얼굴로 현관을 나선다

밥 벌러 간다

 





모름지기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거나 씁쓸하다. 거기에는 어떠한 대화도 유대도 놓여 있지 않다. 찬밥 신세다. 물에 밥을 말아먹는 일은 정상적인 식사가 아니다. 그릇 속에는 혼자서 밥을 먹는 자의 슬픈 얼굴이 담겨 있다. 밥을 먹는 일은 나의 슬픈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니 곧 ‘나는 나를 떠먹는’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바로 그 ‘밥’을 벌기 위해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오늘도 ‘현관을 나선다’. 아니 나서야만 한다. 이것이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자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생활

 

시 혹은 삶의 시가 사라지고 개인의 넋두리만 난무하는 요즘 시들 속에서 이재무의 진솔한 생활시들은 얼마나 귀한가. /김선태 시인·목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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