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여자
/김석일
염천, 개가 봐도 개 같은 날
애지중지 의지하며 기르던
멍멍이 단발마 비명이 들린 후
맞는 게 차라리 낫다던 그녀가
때리는 사내의 악귀 같은 얼굴을
기어이 지게 작대기로 내리쳤다
버둥대는 피투성이 사내보다
때린 여자의 가슴이 더 아픈지
여자는 왼 종일 떨며 울었다
그 누구도 여자의 울음을 말리지 않았다
-김석일 시집『평택항』/북인
나 어릴 적 옆집에서도 매일 사내에게 맞고 사는 여자가 있었다. 농경사회에선 흔치 않았던 일들이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꽤 흔했던 게 사실이다. 농촌에서 도시 변두리로 거처를 옳긴 사람들, 사회적응이 힘들었던 사내들과 돈이 생활수단의 전부였던 도시 생활이 빚은 삶의 부조리가 아니었을까? 아이들과 함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아니면 情으로 사는 것인지 그 집구석을 벗어나지 못하고 맞으면서도 백년해로했다. 구석으로 몰린 쥐는 결국 고양이를 문다. 매 맞을 때마다 개의 위로를 받았던 여자는 삶의 의지처인 개의 죽음으로 드디어 이성을 잃고 만다. 여자의 멈추지 않는 울음, 울음의 여운은 참 길다. /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