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찌개를 먹는 저녁(부분)
/서정임
누군가 주방을 향해 목을 세웠다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겨!
-근데 이 집 동태는 어디 산이래요?
우리를 바라본 주방 아줌마의 대답이 명쾌했다
-요즘 어디 산이 어딨어요, 우리 집 거는 글로벌이예요.
모두가 떠먹는 동태찌개가 시원했다
몇 순배의 술이 돌고
어느 사이 우리 마음이 태평양처럼 되어 있었다
바글바글 끓는 찌개가 크고 작은 소리를 내는 것처럼
그 누구도 원산지를 따지지 않았다
글로벌의 저녁이 환했다
-시집 〈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
자리가 꽉 찬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은 기다려도 나올 줄 모른다. 앞에 놓인 수저를 만지작거리거나 맹물을 홀짝거린다. “근데 이 집 동태는 어디 산이래요?” 까칠한 질문에 “우리 집 거는 글로벌이에요.” 주방 아줌마의 호쾌한 대답에 모두들 폭소를 터트린다. 그 한 마디에 날카로운 감정의 찌꺼기들은 사라지고 흥겨운 대화가 오간다. 그 사이에 나온 동태찌개는 어느 때보다 시원하다. 바글바글 끓는 소리 따라 동태잡이 배에 타고 태평양 파도의 리듬을 타고 있다. /신명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