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김영재
두 무릎 푹푹 빠지는
겨울 산으로 들어가
바위에 부딪히고
나뭇가지에 찢기어
얼어서 더욱 빛나는
낭자한
꽃이었으면
-시조집 ‘화답’(책만드는집, 2014)에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산으로 가는 뜻은 새롭습니다. 광장과 산을 대비하여 생각하면, 광장은 현실의 논리가 지배하는 공간이고 산은 광장의 논리로부터 벗어난 곳입니다. 신동엽은 ‘진달래 산천’에서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산으로 갔어요/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이라고 노래했습니다. 어쩌면 이 시조의 시인과 같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겨울날 산으로 들어가는 뜻을 다시 새겨봅니다. ‘기다림에 지쳤다는’말에 눈길이 갑니다. 세상에 버림받고 사람에 치여 지치고 지친 사람들이 향하는 이상향은 아닐까요? 굳이 온 몸 찢기어 낭자하도록 산으로 가려는 뜻은 분명 마지막 결심인 듯합니다. 그러나 백석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노래했듯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라고 시인은 우리 모두와 함께 소리치고 있습니다. /이민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