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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배시시

 

배시시

                                     /김정수

온 가족이 먹을 밥을 푼 주걱에 남아 있는 밥알을 입으로 떼어 먹다가 노모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스크림 속포장지에 묻어 있는 달달함을 혀로 핥아먹는데 어린 딸이 슬며시 옷깃을 잡아당겼다



사과를 깎다가

너무 두껍게 잘려 나간 속살을

이빨로 갉아 먹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내



사과 껍질처럼 둥글게 말린

쉰 하고도

겸연쩍은 눈빛 하나가

배시시 웃었다





 

쉰 살의 남자가 겸연쩍게 배시시 웃고 있다. 김정수 시인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웃음이 곧장 그려질 것이다. 두껍게 잘려나간 사과 속살마저 아까워 갉아 먹고 있는 그의 웃음은 소리가 없다. 웃음 뒤에 그늘이 있다. 그림자가 있다. 하루 종일 교정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그의 눈에서 곧 눈물이 날 것 같은 고단한 삶이 있다. 노모와 아이와 아내와 대치하고 있는 난처한 상황을 그려놓은 그의 시세계는 가족과 함께 울고 웃는 가족주의다. 가난은 가장과 큰 아들이라는 자리에 앉아있는 그의 무게를 천근만근 무겁게 한다. 배시시가 아니라 소리 내어 껄껄껄 맘껏 웃을 수 있는 이 시대 가장과 아들 그리고 시인이었으면 좋겠다. /김명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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