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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강영란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나는 어느 먼 산에 어스름이 가라앉는 걸

바라보는데

이윽고 그 산이 어둠에 완전히 잠길 때 생기는

침전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인데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물 위에 뜬 검은 쌀 서너 알갱이가

산 위를 고즈넉이 날아가는 까마귀 날갯짓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목련 꽃잎 같은 쌀뜨물 가만히 바라보다가

목련꽃 한 그루가 저녁 어스름에 서서히 물들어 가는 거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데

그대여 그대는 나를 어떻게 물들이는가 나는 그대를 어떻게 물들이는가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나는 침전물에 대해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인데

그대에게 침전되어 가는 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인데

-〈시와 사람〉 2014년 겨울호

 

이 시는 읽을수록 아리송하면서도 매력이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시로 읽어본다.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집중해서 바라보는 관(觀)의 명상법이 보인다. 대단히 깊은 경지가 느껴진다. 솟아오른 감정이 가라앉는 동안, 눈앞에 어른거리던 세계가 어스름에 잠기는 걸 지켜본다. 이윽고 혼탁한 풍경이 사라질 때, 가라앉는 감정을 바라보고, 남은 부스러기마저 비운다. 목련꽃잎처럼 깨끗해진 마음을 보면서, 서서히 고요와 내가 서로 물들이는 동안 진정되어가는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다. 고요 안으로 침전되어 가는 나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신명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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