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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아버지를 쓰다

아버지를 쓰다

                                                       /문정영

아버지는 집 앞 강물로 쓰면 싱겁고

한낮의 햇빛으로 지우면 파랬다.

이른 저녁이면 뜨거워진 공기가 탐진강 은어들처럼파닥거렸다

아버지는 조용히 흔들리는 물결을 2층 옥상에서 바라보셨다.

가문 날에 아버지를 부르면 독한 담배 냄새가 났다.

어린 나는 아버지와 익숙해지지 못했다.

아버지를 배워 아버지가 되었으나

그 사이 강가의 돌멩이들은 혼자 머무는 법을 익히기도 했다.

아버지는 얼굴이 검었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아버지를 닮았다고 했다.

아버지와 몸이 닿아도 아픈 곳이 먼저 닿았다.

-문정영 시집 〈그만큼〉, 시산맥사

 



 

개인적인 경험으로 아버지는 타계 후 비로소 애틋한 존재로 자리매김 되었다. 왜 아버지들은 가정 내에서 그토록 무거운 자세를 견지해야 했을까. 왜 스스로 고독한 자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전전긍긍하는가. 왜 조용히 흔들리는 물결이 되어 ‘조용히 흔들리는 물결’을 묵묵히 바라보는가. ‘독한 담배 냄새’처럼 가까이 가기 어려운 아버지. ‘익숙해지지 못’한 아버지. 근엄하다 못해 ‘얼굴이 검’게 보이는 아버지. 그토록 멀고 아득한 아버지인데, 왜 ‘눈을 감았다가 뜨면 아버지를 닮아’있는가. 왜 아버지와 자식은 ‘아픈 곳’이 되어 만나는가.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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