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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투사의 후손… 할아버지 고향나라에선 이방인

광복 70주년… 안산시 ‘땟골’ 고려인마을을 가다

일제강점기 항일투쟁하던 祖父세대 연해주 등 정착

자손들 뿌리 찾아 한국行…고려인마을에만 2천여명

한국國籍 못얻어 취업 등 불이익… 따뜻한 관심 필요

카레이스키. 러시아어로 ‘고려인’. 대한민국 안산시 단원구 지곡로 6길 37 ‘땟골’의 다가구주택마다 가스계량기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바로 그 ‘고려인마을’에도 어김없이 다시 광복절이 돌아왔다.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항일투사들이 대거 피신했던 연해주에 형성됐던 신한촌은 독립운동단체인 성명회와 권입회, 신문발간, 군 창설 등 독립운동의 요람이었다. 그리고 적잖은 항일투사들이 연해주에서 뿌리를 내렸고, 이후 한번도 조국을 만난 적이 없던 그 후손들은 조상을 따라 자연스레 고려인이 됐다. ▶▶ 관련기사 3면

그리고 고려인들은 뿌리를 찾아, 일자리를 찾아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을 떠나 고국을 찾은 이후 알음알음 이곳에 모여들었고, 고려인 동포들의 최대 밀집지역이 됐다.

땟골에 살고 있는 고려인은 약 2천여명, 안산 전역에 5천여명, 전국적으로 3만여명의 고려인이 있을 것이란 추산이다.

그러나 ‘고려인마을’이라는 그 흔한 입간판 하나도 없는데다 일부 간판에 한글과 러시아어가 섞여 있고, 삼삼오오 러시아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으로 ‘고려인마을’임을 인지할 수 있을 뿐이다.

광복 70년을 맞는 우리에게 8월 15일은 ‘축제’지만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는 고려인마을에서도 진행형이다.

언어와 취업문제를 겪으며 삶을 위협받는 고려인 3·4세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받지 못한채 여전히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가 하면 무국적자로 제대로 된 의료지원과 행정서비스조차 누리지 못한다.

한국에 온지 12년째라는 임이고르(53)씨는 “월급을 두세달 못 받은 적도 있고,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는 회사땜에 11개월만에 잘리기도 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고국”이라며 “할아버지 세대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셨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고려인들이 고국에서 정착하는데 조국이 조금 더 신경써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임이고르씨의 소망이 통했을까. 올해 12월이면 작은 결실이 시작된다. 김명연 국회의원(새누리·안산단원갑)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얻은 새로운 시작점이 될 한국어교실과 상담실, 지역아동센터 등을 갖춘 ‘고려인문화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김명연 의원은 “일제강점기 독자적인 독립운동을 전개하며 대한독립의 주춧돌을 세웠던 그분들에 대한 고마운 빚을 갚고, 조국이 따뜻하게 품어줘야 한다”며 “긴급의료지원과 함께 지역아동센터를 만들어서 보육지원에도 힘써야 하고, 고려인에게 1년에 한번 왕래하는 방문비자를 발급하는 불합리한 비자정책을 바꿔서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였다.

이방인으로 바라봤던 주민들도 땟골마을발전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벼룩시장, 마을잔치 등 다채로운 행사로 하나됨을 나누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중이고,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 및 문화복지 지원을 위한 안산시민 원탁회의’ 등 정·관계와 문화예술·종교·법조·시민사회단체를 망라해 발족한 민관합동기구의 활동도 긍정적이다.

고려인 지원단체 ‘너머’ 김영숙 사무국장은 “고려인들은 정착을 원하지만 가진 것도 없고 한국말도 못해 고충이 크다”며 “고려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변화와 정부, 지자체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성열기자 mul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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