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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 아동 학대·방임 의심돼도 부모가 ‘둘러대면’ 속수무책

초교 입학 앞둔 평택 男兒 실종
작년 3월 지역센터서 상태 파악

아동보호기관에 신고사실 알고
유치원 측 별도로 신고는 안해

담당교사 ‘방임 의혹’ 제기에
父 “가정사 함부로 얘기 말라”

교육부 ‘매뉴얼’ 있으나마나
우리사회 안전망 작동 ‘의문’


평택에서 7살 남자 아이가 계모에게 학대받다 실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다시 한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교육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A군 계모는 A군을 수시로 때리고 밥을 굶기다 지난달 20일 길에 버리고 홀로 귀가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초까지 약 4개월간 거주지 인근 B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을 다닌 것으로 파악된 A군은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등 ‘방임’이 의심돼 담임교사가 여러 차례 부모와 통화해 상담했고 심지어 아버지와 통화하면서 말다툼까지 벌였다고 한다.

당시 상담일지에는 교사가 신고하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가정 사정이 있는데 함부로 신고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강변했고, 방임 의혹을 제기하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아이인데 무슨 얘기냐, 내가 바빠서 그렇다”고 둘러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유치원 측은 이미 그해 3월부터 지역아동센터가 A군 상태를 파악하고 수차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별도로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A군은 방학을 한 달 가까이 앞두고 유치원에 나오지 않아 무단 퇴원 처리됐다.

지난달 22일 교육부가 발표한 미취학 아동 관리 매뉴얼을 보면 미취학·미입학 첫날 학생 소재가 확인되지 않거나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즉시 경찰에 수사의뢰하게 했다.

이어 3∼5일째에는 교직원과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등이 함께 가정을 방문해 학생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출석을 독려한다.

가정 방문에도 학생이 출석하지 않으면 6∼8일째 보호자와 아동이 참석한 가운데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를 열어 전문적으로 심의한 뒤 학교장이 취학유예 여부를 결정한다.

B초교는 취학 대상자인 A군이 지난 1월 7일 신입생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고 같은 달 14일 아버지가 취학유예신청서를 제출하자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에 출석을 요구했다.

A군 아버지는 취학유예 신청을 하면서 “아이가 소심하고 아빠 직장이 뚜렷하지 않아 학교를 자주 옮기면 힘들어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부모 소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A군 아버지가 “3월 2일 학교에 데려가겠다”고 했으나 당일 입학식에 불참하자 3일 포승읍사무소에 알리고 4일 경찰에 신고했다.

평택지역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학교 측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며 “다만, 유치원생은 의무교육대상이 아니고 특성상 전출, 결석 등이 잦아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군 부모가 1월에 취학유예신청을 했음에도 초등학교에서 의무교육학생관리 위원회를 소집, 4일까지 아이를 데리고 와야 취학유예 결정을 해줄 수 있다고 통보했다”며 “4일까지 아이를 데려오지 않자 학교 측이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한 덕분에 빠른 수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이날 오후 이들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평택=오원석기자 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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