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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IN]문화재와 더불어 보존해야할 인간중심의 정신

 

가을이면 지역마다 다채로운 행사들이 풍성하게 열린다. 그 중 수원화성문화제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정조대왕 능행차 등 다양한 퍼포먼스와 체험행사들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전통문화관광 축제이다. 이를 맞이하여 수원시 인권위원회에서는 화성행궁에 대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였는데,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필자도 참여하였다.

휠체어와 함께 직접 행궁을 둘러보면서 아무리 지식으로 알고 있어도 체감하는 것과의 차이는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입구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매표소 앞에 놓인 조형물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각 출입구마다 문지방이 높아 보행약자가 이용하기 불편하였다. 경사로 마저 없는 출입구에는 아예 진입자체가 불가능해서 휠체어로는 행궁의 가장자리만 빙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가다 보면 50㎝ 이상의 높은 턱에 가로막혀 돌아 나와야만 한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안내 또한 잘 갖추어져 있지 못했다.

이는 결코 화성행궁만은 문제는 아닐 것이다. 2013년 실시된 장애인편의시설 실태조사 결과 평균 설치율이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성과 같은 문화재의 내외부에 편의시설을 설치할 경우 ‘원형 보전의 원칙’이 우선시 되어 실제 설치에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현행 문화재 보호법에서는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은 ‘원형유지’를 기본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의 가치는 보존뿐만 아니라 그 역사적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교육과 관광자원으로서의 목적 또한 중요하다. 세계인권선언 제27조에는 모든 사람에게는 사회의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의 약자를 고려한 편의시설 설치가 필수적인 요소이다.

해외의 경우 역사적 보존건물에 대해서도 보행약자들의 접근성을 충족하도록 법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역사적 건물의 변경, 복원, 개축에 있어서 최소 기준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장애유형에 따라 관람경로를 지정하여 그 경로에는 편의시설을 규정에 맞게 설치함으로써 안전한 관람을 돕고 동시에 문화재 훼손 또한 최소화하고 있다. 관람가능 구역 및 이용방법 등 모든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하여 방문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접근성이 어려운 경우에는 문화재를 모형으로 재현하거나 문자, 사진, 영상, 음성 등을 이용하여 보완적 해설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부설 전시시설을 갖추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보편적 설계로서 장애, 연령, 성별, 국적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건물의 턱을 없애는 것은 유모차를 끌고 가는 부모에게도, 보행기를 밀고 가는 노인에게도, 뛰어다니는 어린아이에게도, 그리고 시각장애인과 휠체어 장애인에게도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경기도의 경우 광역최초로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였고, 적용사업을 실시해오고 있다. 첫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성남시 산성동복지회관의 경우 계단의 높이를 낮추고 진입로의 턱을 없애며, 쉼터제작 등의 변화를 통해 지역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80%이상 높였다고 한다. 기초정부에서도 수원시를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조례재정을 위한 노력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환영할 일이다.

이는 단지 법과 제도로서의 규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이 가장 좋은 환경인가에 대한 고민과 가치의 문제이다. 소수의 사람을 위한 예산 낭비라는 인식이 아닌, 모두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되어야 한다.

화성을 지은 정조대왕은 인간중심의 인인화락, 애민사상으로 유명하다. 능행차를 묘사한 화성능행도를 보면, 백성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보고 즐기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정조는 행차 중에도 백성들에게 쌀과 죽을 나누어 주고, 노인들에게 양로연 행사와 선물하사를 하였으며, 백성들의 고충을 듣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모든 백성들을 위한 축제를 마련하였다. 우리가 보존해야할 것은 문화재뿐만 아니라, 이러한 인간 중심의 정신이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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