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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계급장 하나씩 지우고 소통의 행복을 하나씩 채우고

 

연천 전곡읍 군인 관사 푸르미 예술이 흐르는 마을

경기도 31개 시·군 중 북한과 가장 인접한 지역으로 꼽히는 연천은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역이다. 특히 수십만에 달하는 군인들의 희생이 깃들어있는 곳이다. 하지만 통일을 기대하며 구슬땀을 흘린 ‘조국의 영웅들’과 그 가족들은 삭막하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연천 전곡읍에 위치한 ‘푸르미 예술이 흐르는 마을’(이하 푸르미 마을)은 접경지역에서 고충을 겪고 있는 군인들의 행복한 문화생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의 평생교육을 위한 학습공간을 마련하고, 서로 간의 소통 활성화를 목적으로 마을카페를 조성하는 등 활동범위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복합문화공간 조성으로 군인과 그 가족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있는 푸르미 마을을 찾아 그들이 꿈꾸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군 전출로 입주민 매년 20% 바뀌어
주민들 분위기 삭막·점점 웃음 잃어

관리사무소를 ‘사랑방’으로 개조
노인정은 커피값 맘껏 내는 ‘카페’로
주부 중심 30여개 교육강좌 신설해

벽화 조성·작은 도서관 운영 등
1년 반만에 많은 변화 이끌어 화제

 

 

 

 


푸르미 마을은 연천 전곡읍 군인관사 ‘푸르미 아르미소 아파트’에 자리하고 있는 단체로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우선 아파트의 관리사무소를 주민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 개방,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김귀철 푸르미 마을 대표는 “일반적인 군관사는 ‘삭막함’ 그 자체다. 실제로 군인들의 ‘계급사회’ 특성상 주민들 간의 솔직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하나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란 판단하에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푸르미 마을과 주민들은 크게 평생학습마을, 작은도서관, 카페 등 크게 3가지 성과를 이뤄냈다.

평생학습마을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교육 강좌를 진행하는 것으로 30여개의 과목이 신설됐다.

리본공예, 우쿨렐레, 통기타 등 생활취미반과 함께 가죽공예·방과후 지도사 자격증 등 전문과정도 도입되면서 주민들의 ‘인재 양성소’로 자리잡았다.

특히 평생학습마을에 참가한 인원 중 일부는 가죽공예 등을 교육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 주변시설에 외부강사로 나설 수 있게 됐다.

박은영(45) 부녀회장은 “재미로 배우게 된 가죽공예가 ‘제2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적인 생활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주민들이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8월에는 경기도의 지원을 통해 ‘푸르미 카페’를 오픈, 주민들의 화합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카페 주변에는 주민들이 직접 나선 파란 배경의 벽화를 그려 넣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더했다.

푸르미 카페는 커피를 마신 뒤 양심에 따라 모금함에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야외 학습공간을 확보해 주민들로 구성된 ‘우클렐레 연주단’ 등 작은음악회를 열어 문화의 소통창구를 만들기도 했다.

김 대표는 “카페가 있던 장소는 원래 노인정이었으나 군인아파트 특성상 노인들이 없어 공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있었다”며 “이에 따라 이곳을 활용하게 됐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우리 동네만의 카페가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간조성은 연천군에서도 ‘저비용 고효율’의 사례로 꼽히는 등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작은도서관도 푸르미 마을의 뺴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푸르미 마을의 작은도서관은 아파트내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도서관의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조성됐다.

이를 위해 주민들은 개인별로 기증에 나서 5천권의 책을 마련했고, 도서를 분야별로 나누는 ‘라벨작업’까지 맡는 등 도서관의 운영을 직접 총괄했다.

또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봉사시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군부대와의 협력체계도 구축해 타 군관사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등 좋은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 푸르미 마을은 가죽공예 등의 작품과 매실청 등 효소 분야에 대한 판매체계를 구축해 ‘Made in 푸르미’의 제품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주민들과 함께 1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며 “앞으로도 주민들만의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 지역내 자랑거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행복한 변화’ 이끈 관리소장님… “군관사의 신세계 만들래요”

김 귀 철 푸르미 예술이 흐르는 마을 대표

 


“주민들과 함께 군관사의 ‘신세계’를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푸르미 마을 김귀철 대표는 주민들과 이룬 푸르미 마을의 성과가 군인사회에 신선한 변화를 가저올 것이라 기대했다.

김 대표는 “좋은 공동체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주민이 서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런 조건이 갖춰지면 소통이 활발해지고 무엇인가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화목한 공동체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푸르미 마을의 ‘행복한 변화’를 이끌어 낸 김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푸르미 아르미소 아파트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관리사무소장이다.

평소 화합을 중요시 했던 그는 발령 후 관리사무소를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으로 제공했으나 주민들의 호응은 미지근했다.

김 대표는 “군관사는 전출 등의 이유로 매년 약 20%의 주민들이 뒤바뀐다. 그러다보니 모두 자신들의 주거공간에 대한 애착심이 없었다”며 “이에 주민들을 마주칠 때마다 몇동 몇호에 사는지 모두 외우는 등 관심을 표현하면서 소통을 시작했다”고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렇게 주민들과 소통을 이어오던 김 대표는 2014년 안산 소재 평생대학을 방문하면서 공동체 조성에 대한 목표를 가지게 됐다.

김 대표는 “당시 교육을 들으면서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함께 한 아파트 동대표들도 교육을 듣고 마을공동체에 대한 꿈을 꾸게 됐다. 그러면서 평생교육강좌를 열게 되고 작은도서관, 최근엔 카페까지 만들게 된 것”이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를 기점으로 평생교육·작은도서관·카페를 운영하게 된 푸르미 마을은 마을기업이란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홈쇼핑 등을 통해 주민들이 만든 수공예, 가죽공예 등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 공동체를 더 활성화시키자는 취지다.

끝으로 김 대표는 “조건이 아무리 열악하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한발짝도 앞으로 나설 수 없다. 처해있는 환경을 이해하면서도 이를 헤쳐나가려고 하는 도전이 있어야 비로소 발전이 있다”며 “우리의 활동이 지역사회에 행복한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조용현기자 cyh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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