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돌며 국보급 문화재 등 수천점을 훔쳐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국의 사적지나 사찰에서 문화재를 훔친 도굴꾼 설모(59)씨와 문화재 절도범 김모(57)씨, 훔친 문화재를 사들인 사립박물관장 김모(67)씨, 매매업자 이모(60)씨 등 총 18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또 수사 과정에서 고서류 2천758점, 도자기류 312점 등 문화재 총 3천808점을 회수했다.
스님 출신 문화재 매매업자인 이씨는 1999년 절도범 김씨에게 사들인 동의보감을 경북에 있는 한 사찰에 2천만원을 받고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회수된 동의보감은 총 25권 한 세트로, 국보 319-1∼3호로 지정된 초판본과 같은 판본임이 확인됐다.
가치로 따지면 한 권당 2천만원 이상이며, 25권 전체는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회, 규장각에 보관돼 있으며 2015년 6월 국보로 지정됐다.
장물 문화재를 사들여 보물로 지정받고 자신의 박물관에 전시한 뻔뻔한 박물관장도 검거됐다.
경북지역 한 사설 박물관장인 김씨는 2012년 장물을 취급하는 이모(69)씨에게 대명률 서적을 산 뒤 이를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보물’이라고 속여 올해 7월 보물 1906호로 지정받았다.
김씨는 이후 4년간 자신의 박물관에 이를 전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산성과 사찰 등지에서 문화재 수백점을 훔쳐 집에 보관하던 도굴꾼들도 붙잡혔다.
도굴꾼 설씨는 2001년 충북 보은의 한 산성에서 도자기 등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설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삼국시대 도기, 고려시대 청자 등 총 562점의 문화재를 회수했다.
이번에 검거된 문화재 절도범들은 대부분 훔친 문화재를 자기 주거지에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간 보관하다 장물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 문화재청이 경매 사이트 등을 수시로 확인해 문화재 도굴과 도난 문화재 거래는 많이 줄었다”며 “하지만 이미 도굴되고 거래된 문화재를 찾는 데는 시간이 많이 지나 추적이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도 문화재 절도범 등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하고, 문화재를 몰래 해외에 파는 업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공항 등과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홍민기자 wallace@